【제민일보 高大卿기자】


제주도神話 순례

神들의 故鄕 >9<

동해용왕 딸이 산신(産神)으로 들어서

삼승할망(1)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여인(女人)들에 잉태시켜

이 세상에 아기들의 생명을 가져 온 것은 원래 동해용왕(東海龍王)따님아기였다.
먼 옛날 동해용왕과 서해용궁부인이 결혼했으나 아이가 태어나질 않았다.
후사를 걱정한 두 부부는 옥황의 석불님에게 기원하여 귀여운 딸을 얻게 됐다.
그러나 이 아기는 태어난 날부터 아홉살이 되도록 날마다 울기만 했다.
다섯살부터는 말을 익히니 노상 거짓말만 하여 사람들을 괴롭혔다.
나쁜 말을 동네방네 옮겨 불목을 시키고 근거없는 모함을 하여서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다.
용궁사람들의 원성에 못이기어 용왕은 이 아이를 죽여버리기로 했으나 용궁부인이 만류했다.
『어찌 이 내 속으로 난 자식을 죽일 수가 있으오리까. 차라리 무쇠철갑을 만들어 먼 바다로 띄워버림이 어떠합니까』
차마 딸을 죽일 수가 없었던 이들은 아기를 무쇠상자에 담아 바다위로 띄워버리기로 했다.
쫓겨나게 된 따님아기는 기가 막혀 용궁부인에게 물었다.
『어머님아, 난 인간에 가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갑니까』
『인간에 아직 생불왕(生佛王)이 없으니 생불왕으로 들어서 얻어먹고 살아가거라』
『생불은 어떻게 주며 환생은 어떻게 시킵니까』
『아버지 몸에 하얀 피 석달 열흘, 어머니 몸에 검은 피 석달 열흘...』
『무슨 말들이 그렇게 많으냐』
벼락같은 용왕의 고함소리에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무쇠상자의 문이 철커덕 닫히고 말았다.
정월 초아흐렛날 무쇠상자가 동해바다에 띄워지니 물속에서 3년, 물위로 올라와서도 3년, 물가에 닿아서도 3년, 꼬박 아홉 해를 헤매었다.
작은 너울 큰 너울에 휩쓸려 하염없이 떠다니던 상자는 금백산 앞바다에 이르렀을 때 큰 파도가 치자 비로소 육지에 올려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물상자인 줄 알고 뜯어 보았더니 보물은 보물인데 웬 아리따운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열여덟살이 된 동해용왕따님아기였다.
앞이마는 햇님이요 뒷이마는 달님이었다.
두 어깨에는 은하수 별빛들이 오송송이 박인듯한 아기씨였다.
『너는 귀신이냐 사람이냐』
『어찌 귀신이겠습니까. 나는 동해용왕 딸로서 인간에 생불왕이 없다하니 생불왕이 되러 왔습니다』
이때부터 아기씨는 동서남북 사해팔방(四海八方) 이십사방 산천(山川)해상(海上)도중(道中)으로 돌아다니면서 집에서건 물에서건 산중에서건 들에서건 아무데서나 생불을 주었다.
젊은 아가씨들은 들판에서 놀다가 느닷없이 애를 배어 망신살이 뻗쳤다.
제대로 임신한 부인이라도 삼개월이 지나면 유산이 됐다.
칠개월만에 아이를 낳기도 하고 팔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또 어떤 부인들은 열두 달, 스물네 달이 지나가도 아이를 못 낳아 끙끙대었다.
어데로 낳아야 될 지도 몰라 옆구리며 배를 마구 째어 아이는 못 낳고 부인들의 목숨만 위태로워 졌다.
그렇게 해서 낳은 아이들이니 제대로 자랄 리도 없었다.
어쩌다 제 때 태어난 아기라도 기를 줄을 모르니 자라면서 불량배가 되는가 하면 부자·형제간 불목하고 심술이 많았다.
하는 모양이 모두 동해용왕따님아기 아홉 세까지 부모슬하에서 한 행동을 그대로 닮아갔다.
그러니 인간 세상이 복잡해지고 부인들은 견딜 수가 없어졌다.
일을 벌여 놓은 따님아기는 감당할 수가 없어지자 연못가의 수양버들 나무밑으로 달려가 앉아 비새(雨鳥)처럼 울고 있었다.
금백산 대사중이 시주를 받으러 인간세상에 내려왔다.
집집마다 돌아다녀도 누구하나 내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어떤 일인고』하고 집안을 잘 살펴보니 아기 죽어서 우는 부인, 유산돼서 고통하는 부인, 형제간에 싸움하여 피흘리는 가정, 부자간에 불화한 가정, 제삿날에 친족들이 싸우는 가정, 집들이 말이 아니었다.
금백산 대사님은 어이가 없어서 절로 돌아와서 석불법전에 문안을 드렸다.
석불님은 다시 천지왕에게 모든 이야기를 올리니 하늘 궁전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저승에나 인간에나 어느 누구 인간에 생불왕으로 들어 설만한 이가 없겠느냐』


◇그림=김재경(서양화가)
미니해설
「삼승할망」은 아기 잉태를 가져오는 산육신(産育神)

「삼승(産神)할망」은 어린이의 잉태를 가져오는 산육신(産育神)이다.
여기에서의 동해용왕따님아기는 삼승할망보다 먼저 왔던 산신(産神)으로 「구(舊)삼승할망」이라고 한다.
할망은 제주도(濟州道)의 여신에게 흔히 붙이는 신격 존칭이다.
구삼승할망의 이야기가 나오는 다른 본에서 동해용왕따님아기는 「구천왕」과 「마하부인」사이의 딸이라고도 한다.
구천(九天)은 구중천(九重天)이라고도 하며 「가장 높은 하늘」을 가리킨다.
아홉개로 나뉜 하늘의 통칭으로 쓰이기도 한다.
한자음이 같은 구천(九泉)은 죽은 다음에 넋이 돌아가는 황천이라는 뜻을 갖고 있기도 하다.
또 「마하」는 위대한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마하부인」이라는 이름은 「위대한 어머니」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신비로운 아기들의 생명은 알수 없는 곳, 인간들이 아직 가보지 못한 아득히 먼 데서 찾아왔다.
구삼승할망의 추방으로 동해용궁 깊은 곳에서 인간세상에까지 도달하는데는 물길로 꼬박 9년이 걸렸다.
삼승할망에 대한 신화 역시 본마다 다르게 수록됐다.
대부분의 본에서는 구삼승할망의 출생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이 느닷없이 삼승할망의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한다.
어린이들의 생명이 여인들의 잉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인간들의 세계에서는 삼승할망의 출현이전에는 없었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추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이 신화를 소상히 기록하고 있는 「풍속무음」에서도 동해용왕따님아기는 용궁부인의 잉태에서가 아니라 석불님에게 대한 기원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어렵게 찾아 온 생명이지만 또 제대로 자라는 게 쉽지 않다.
구삼승할망의 산육신으로서의 실패는 아이를 잉태하는 그 자체보다 건강하게 출산하고 올바르게 기르는게 더 어려운 것이라는 자연적인 섭리를 소박하게 가르치고 있다.



종합안내|교통|숙박|명소|레포츠|해수욕장|등산|낚시|쇼핑|음식|날씨|지도|전화번호|DB

Last Updated on 22nd February, 1998.
Copyright 1996 SOOASUNG (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