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高大卿기자】


제주도神話 순례

神들의 故鄕 >10<

두 여신(女神) 아기 생명 차지 다툼

삼승할망(2)
옥황상제, 영특한 명진아씨 이승산육(産育) 맡겨

지부사천왕(地府四天王)이 말을 하되 『인간에 명진국따님아기가 있는데 탄생일을 보니 병인년 병인월 병인일 병인시 정월 초사흘날입니다. 부모에 효심하고 일가 화목하니 이 아기씨를 생불왕으로 들여세우는 게 어떻습니까』
『그도 그럴 듯하다』
천지왕옥황상제가 사자를 명진국에 보내 아기씨를 데려오도록 했다.
명진국따님아기가 노각성자부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니 옥황상제가 떠보느라고 『총각머리 등에 진 처녀가 어찌 대청 한가운데로 들어오느냐』하고 야단을 쳤다.
명진국따님아기 말을 하되 『남자 여자 구별이 있는데 어쩐 일로 총각머리 등에 진 처녀를 부릅디가』
『똑똑하고 당차구나. 그만하면 생불왕으로 들어설만 하다』
옥황상제가 앞뒤 사정얘기를 하고 생불왕으로 내려가라고 말했다.
『옥황상제님아 철도 때도 모르는 미욱한 소녀가 어찌 생불을 주고 환생을 줍니까』
『아비 몸에 흰 피 석달 열흘, 애미 몸에 검은 피 석달 열흘, 살 살려 석달, 뼈 살려 석달, 아홉달, 열달 준삭(準朔) 채워 아기엄마 늦추인 뼈 당기고 빠듯한 뼈 늦춰 열두 궁문(宮門)으로 해복시켜라』
이렇게 해서 명진국따님아기는 족두리를 쓰고 남색 저고리에 흰색 바지, 자주색 치마에 물색 명주속곳을 입고 한 손에는 번성꽃, 한 손에는 환생꽃을 들고 사월 초파일날 청구름, 백구름, 노각성자부줄을 타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다.
사해(四海)를 다 돌아 다니다가 골목으로 들어서니 어떤 비슬이 초막에서 용쓰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사이로 보니 배가 항아리만한 가난한 아낙네가 궤문고리를 잡고 『날 살려줍서』하며 울고있었다.
명진아씨는 여인이 불쌍하여 들어가서 『몇 삭이냐』 물으니 『준삭이 지났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열두 궁문을 열어서 아기를 해산시키고 목욕단장까지 시키노라니 구삼승할망이 이를 보고 달려들었다.
『내가 뿌린 씬데 어느 년이 거둬들이느냐. 요년 나 한테 맞아봐라』
구삼승할망은 명진아씨를 마구 때려 싸움이 났다.
명진아씨는 금백산에 올라가서 하소연했다.
『생불할망은 하나외에는 필요없습니다. 인간에 생불할망이 있는데 무슨 일로 저를 다시 보냈습니까』
옥황상제는 신·구삼승할망을 불러다놓고 꽃을 나눠주고 말을 하되 『인간에 정해진 자는 꽃이 충도 안먹고 싱싱하여 예쁘게 피고 열매가 여느니라』했다.
구할망의 꽃이 먼저 피었으나 금방 시들고 충이 먹었다.
명진아씨의 꽃은 늦게 피었으나 점차 무성해져 4만5천6백가지로 번성했다.
구할망은 화가 나서 『옥황상제님아 인간에서 제가 먼저 무수한 고생을 하면서 초벌 잡초를 다 매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 있습니까』
『그러면 대답해 봐라. 동으로 뻗은 가지를 뭐라고 하느냐』
『동가지 서가지 남가지 북가지입니다』
『그러면 아기 씨를 놓을 적에 어떤 데서 놓겠느냐』
『나이 젊은 사람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동하면 아무데서나 씨를 놓습니다』
『몇 개월을 잉태시키겠느냐』
『바쁘면 삼·사개월, 늦으면 십이개월입니다』
『해산하면 아기를 어떻게 처리하겠느냐』
『배꼽줄을 북 뜯어서...』
『그만두어라』
구할망의 무지에 역정이 난 천지왕은 이번에는 명진아씨에게 물었다.
꽃사발을 살펴보니 명진아씨의 꽃사발은 가지가지 번성하고 열매가 무성하여 벌써 가을이었다.
『동으로 뻗친 가지를 뭐라고 하느냐』
『동청목(東靑木)이라고 합니다』
『자식을 놓을 때 어떤 데에서 놓겠느냐』
『반드시 집안에서 남 모르게 놓겠습니다』
『몇 개월을 잉태시키겠느냐』
『보통 9개월7일, 늦어도 십개월에 탄생시키겠습니다』
『탄생할 때는 어떻게 하겠느냐』
『열두 신(身)뼈를 주물러주고 아기낳는 어멍보다 해산시키는 제가 땀흘리며 궁문을 열고 아기를 낼 적에 자세히 살펴 동쪽으로 머리를 돌리면 부자가 될 것이고 서쪽이면 가난하고 남쪽이면 장수하고 북쪽이면 단명할 것입니다』
『아기를 낳으면 어떻게 처리하겠느냐』
『우선 가위로 배꼽줄을 새치반으로 끊어 명실로 매고 목욕시킨 후 삼일간을 두어서 아기 젖을 내려주면 좋을 듯합니다』
『그 일을 혼자 할 수 있겠느냐』
『 인간세계는 원래 넓고 커서 혼자로는 담당할 수 없을 듯합니다. 구덕할망, 업개할망, 넋할망, 침하르방, 골고루 갖춰서 인간에 보내야 옳을 듯합니다』
『잘 알았소. 동해용왕따님아기는 서천꽃밭으로 보내라』
시험에 합격한 명진아씨가 삼승할망이 됐는데 구삼승할망이 반발을 했다.
『저는 싫습니다. 인간세계 공이 들고 정이 들었습니다. 저가 공이 든 세계니 틈틈이 돌아봐서 상받아 먹겠습니다』
『그거는 정든 땅이니 배고프면 돌아보시오』
이렇게 해서 삼승할망은 어린이의 산육을 맡게 되고 구삼승할망은 저승으로 내려가 죽은 아이의 영혼을 차지하게 됐다.


◇그림=김재경(서양화가)
미니해설
구전(口傳)되는 신화 통해 해산(解産)의 지식 가르쳐

「명진국」이란 사람들의 수명이 긴 나라나 지역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의 출산과 육아를 맡을 여신이라면 모름지기 오래 사는 나라의 출신이어야 할 듯 싶다.
「국(國)」은 어떤 나라나 지역 또는 그 곳의 사람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제주도(濟州道)신화속에서는 사람이름에 같이 쓰여 다소간 존칭의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삼승할망과 관련된 신화속에서만 해도「명진국」은 물론「서신국[또는 서진국]」,「김진국」등의 이름이 나온다.
또 여기서 등장하는「명진국」이나 천지왕신화에서 나오는 「목숨이 긴 쉬멩이(壽命)」, 「총명한 총명부인」등 개념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는 이름들은 주로 인간이면서 신적인 속성을 갖거나 나중에 신이 되는 존재에게 붙여진 우화적 명칭으로 다른 신들에 대해 차별적으로 쓰이고 있다.
아이를 산육하는 권리를 차지하기 위해 두 여신은 경쟁을 하게 된다.
꽃을 피운다는 것은 대·소별왕의 신화에서도 나오는 것으로서 생명에 대한 능력을 떠보는 시험대이다.
삼승할망인 명진국따님아기가 태어난 시기는 「병인년 병인월 병인일」이다.
천지가 열리던 것이 갑자년 갑자월이고 고(高)·양(梁)·부(夫)씨가 도읍하던 것이 을축년 을축월이었다.
그러므로 삼승할망의 출현은 천지개벽과 나라가 형성된 다음의 세번째 단계로서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
천지왕의 질문에 대한 동해용왕따님아기의 터무니없는 대답은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이러한 무지는 결국 진짜 삼승할망인 명진아씨의 해박한 지식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해산의 과정은 신화속에서 조목조목 전승되고 있다.
요즘처럼 육아대백과사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산부인과도 없는데다 책으로 써서 남길 수도 없을 때이니 해산의 지식은 구전되는 신화속에서 가르쳐지고 있다.
출산을 준비하는 산모나 그 가족들에게는 재미를 곁들여 배울 수 있는 현명한 구전교육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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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22nd February,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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