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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승할망(3)
저승에 사는 대별상은 마마(천연두)를 불러 사람들의 영혼을 잡아가거나 심한 열병을 앓다가 곰보가 되게 했다.
호탕한 대별상은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며 아무에게나 마마를 주기 일쑤였는데 사람들은 꼼짝도 못하고 상을 차려 대접했으며 말릴 자가 없으니 날로 기세가 등등했다.
삼승할망은 이때 하루에 천 명씩 생명을 주고 만 명씩 환생을 시킬 때였다.
어느 날 서천강다리를 건너 인간세상으로 내려오자니 큰 길에서 영기를 앞세우고 고부랑나팔·쌍나팔에 피리를 불고 북을 치며 비비둥당 우둥당 요란한 행차를 만났다.
서진국부인을 대동하고 육방관속을 거느려 다니는 행차를 보니 대별상이 분명했다.
삼승할망이 두 손을 모으고 빌었다.
『내가 내온 자손들은 은준지 아랑준지 자욱만 살짝 살짝 내고 회생을 시켜줍서』
그러나 대별상이 누구랴.
눈을 부릅뜨더니 『여자란 게 꿈에만 실려도 재수가 없는데 대장부행차에 웬 날 핏내 나는 여성이냐. 물아래로 비켜서라』하고 야단을 치고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대별상은 그 길로 더욱 기승을 부려 소매를 휘날리며 삼승할망이 잉태를 준 아이들에게 풍운을 불러 고운 얼굴을 박박 얽고 뒤틀리고 찌그러진 뒤웅박을 만들었다.
아이들마다 곰보딱지가 앉아 흉하게 변해가니 삼승할망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대별상 하는 일이 괘씸하구나. 나에게도 사정할 날이 있을 것이다』
서천꽃밭에서 생불꽃을 가져온 삼승할망은 대별상의 며느리에게 잉태를 시켰다.
열 달이 지나고 열두 달이 지나도 해복(解腹)을 못하니 죽을 지경이 되었다.
동네방네 다니며 처방전을 구해봐도 방법이 없어 점장이에게 문점(問占)을 했더니 삼승할망에 걸어졌다는 것이다.
『하난 알고 둘은 모른 대별상아. 할망이 아이를 안 내우면 대별상이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 어서 가서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라』
자신의 일이라면 모르겠으되 며느리일이니 무심할 수가 있으랴.
의관정제하고 명진국으로 들어간 대별상은 체면불구하고 삼승할망의 문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으나 할망은 본 척도 하지 않았다.
두 이레 열나흘을 엎드려 있노라니 그 사이에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 석자 오치나 됐다.
『네 자손은 아깝고 남의 자손은 아깝지 않더냐』
그제야 화가 풀린 삼승할망이 앞으로는 마마를 줘도 보기싫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용서를 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어린이들은 마마에 걸려도 그다지 보기싫게 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별상이 할망을 맞는 행차가 요란했다.
문어귀에는 검은 줄 빨간 줄을 매고 마당에는 명주로 다리를 놓고 방안에는 족자병풍을 치고 안자리에는 능화자리 바깥자리에는 화문석을 깔았다.
할머니가 마당으로 들어오는데 쉬흔 다섯자 수패머리가 줄에 걸려 벗어지고 명주다리위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화가 난 할머니는 명주다리 족자병풍 능화자리 화문석을 모두 걷어치우고 보리짚을 깔게 했다.
이때부터 해산하는 방에서는 병풍도 치지 않고 자리도 깔지 않게 됐다고 한다.
비단같은 손길로 세 번을 쓸어내려 달덩이같은 옥동자가 태어나게 하니 대별상이 할머니에게 말했다.
『앞으로는 길 갈 때도 할머니가 위로 가고 상을 받을 때도 할머니가 위로 받으십시오』
그래서 아이들이 앓아도 삼승할망을 위로 모시고 대별상은 아래쪽에 상을 차리게 됐다.
삼승할망은 매월 초사흘 초이레 열사흘 열이레 스무사흘 스무이레날에 상을 받는다고 한다.
어느 날 삼승할망은 사계절 따뜻한 극락땅을 찾아 서천꽃밭을 만들었다.
어지럽게 자란 풀들을 자른 후에 대(臺)를 만들어 서천꽃밭을 설치하려고 하니 꽃씨가 없었다.
지부왕에게 의논하니 옥황에 있다 하여 옥황상제에게 꽃씨를 얻어 삼월 삼종일에 파종했다.
오색꽃을 오방(五方)에 심으니 동쪽에 청색, 서쪽에 백색, 남쪽에 적색, 북쪽에 흑색, 중앙에 황색을 심어서 동에는 청재목이 나고 서에는 백재목, 남에는 적재목, 북에는 흑재목 중앙에는 황재목이 났다.
동청목 푸른 꽃으로는 남자아이를 잉태시키고 서백금 하얀 꽃으로는 여자아이의 생명을 줬다.
남쪽의 붉은 꽃은 오래 살게하는 장명(長命) 꽃이고 북하수(河水) 검은 꽃으로 난 아이는 오래 살지 못했다.
중앙에 노란꽃은 만과(萬科)출신이라 이 꽃을 받아 출생한 아이는 입신출세한다고 했다.
삼승할망이 서천꽃밭에 꽃이 자라는 대로 인간에 생불을 주었는데 집에 돌아가 버리면 꽃을 꺾어버리는 자가 있어서 옥황상제에게 꽃감관을 원하니 금시상땅의 김정국아들을 불러서 꽃감관(監官)을 시켰다.

미니해설
대별상과 삼승할망과의 싸움은 삼승할망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이 신화도 「할망본」「마누라본풀이」「대별상마누라본풀이」등 본에 따라 내용을 달리 하고 있으나 결국 삼승할망이 이겨 아이들의 양육과 관련된 신들의 위계가 결정된다.
삼승할망의 밑으로 대별상·서진국등이 있으며 그 밑으로 금백산대사님, 구덕(아기바구니)할망·업개할망·침하르방, 초사흘 초덕(初德)부인, 열사흘 이덕부인, 스무사흘 삼덕부인등이 생겨난다.
또 구삼승할망밑으로는 강비리·물비리·홍허물·너벅지시나 경풍증세등 육아병과 관련된 악신들이 생겨났다.
삼승할망이 생명의 꽃을 키우는 서천꽃밭에는 무수한 꽃들이 자라고 있으며 이중에는 번성꽃과 환생꽃이 있다고 한다.
이 대목은 불교의 영향인 것으로 보이는데 새로 태어나는 생명이 하루에 천 명이라면 이승에 아직 인연이 끊기지 않아 환생하는 영혼들이 만 명이라는 것이다.
대별상이 삼승할망을 청해 아이를 낳도록 하는 과정은 아이들이 병에 걸리거나 아이를 못낳아 「불도(佛道)맞이」굿을 하는 경우에 반드시 재현된다.
삼승할망을 청하기 위해서는 정성껏 길을 닦아야 한다.
우선 길가에 수북이 자란 풀들을 견월도로 베고 작대기로 치운다음 은따비로 튀어나온 돌들을 모두 파서 제거한다.
또 돌들이 파여 엉망이 된 길을 발로 밟고 골라 낸 돌과 흙들을 삼태기로 치우고 평평하게 고른다음 술을 뿌려 「청이슬다리」를 놓는다.
진흙이 튀어 오를까봐 다시 새를 뿌려 「마른 다리」를 놓은 다음 잘게 자른 종이를 뿌려 「나비다리」를 놓는다.
마지막 제차로 무명천으로 다리를 놓아 서천꽃밭과 인간세상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서천강에 다리를 놓아야 삼승할망을 비로소 청해 올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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