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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감관(1)
김진국과 원진국이 한마을에서 탄생하여 열다섯 나던 해에 각기 장가를 들었으나 근 사십이 되도록 자식이 없었다.
두 대감이 바둑을 두고 있으려니 웬 중이 들어 왔다.
『김진국대감은 하루 한끼 밖에는 못 먹겠소. 원진국대감은 천하거부입니다』
느닷없이 나타난 중이 한눈에 신분을 알아맞추자 두 대감은 신세한탄을 했다.
『거부면 어떻고 빈곤이면 어떻소, 자식이 없는데. 밥 없으면 빌어 먹고 옷 없으면 빌어 입지만 자식은 빌어 기르면 부모 공을 알지 못하는 게 양자(養子)요. 우리 팔자나 봐주구려』
두 대감이 손을 잡고 대성통곡을 하니 중이 말했다.
『대감님들 울지 말고 동개남 상주절로 정성이나 들이러 오소서』
김진국이 『하루 한 끼 밖에 못 먹는 처지에 재물이 어디 있소』하고 다시 한탄을 하니 원진국이 재물을 모두 대겠다고 자청을 했다.
김진국부인은 그 뒷날 아침부터 밥 한끼에 쌀 한 술씩 모아놓고 원진국과 같이 상주절로 정성을 들이러 갔다.
가다가 도중에 서개남금법당 소사중이 나와서 『그 절은 수덕영겁이 없습니다. 우리 절로 옵서』하니 원진국은 『우리 수덕좋은 절로 갑시다』했다.
김진국 하는 말이 『어디 그럴 수가 있읍니까. 우리는 멀어도 약속한 절로 가서 인사나 드려두고 오겠수다』
『그러면 당신이 여식을 낳으나 내가 아들을 낳으면 사돈하고, 우리 양쪽이 아들을 낳으면 형제로 하고, 또 양쪽이 딸을 낳아도 형제로 합시다』
『그럽시다』
부처님이 저울질을 하니 원진국의 재물은 많았지만 아흔아홉 근량이요, 김진국부인이 가져온 쌀 한 되는 백근 근량이 찼다.
백일간 불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뒷달부터 태기가 있어 구개월 칠일만에 원진국은 딸을 낳고 김진국은 아들을 낳았다.
아이들 나이가 십오세가 되니 김진국이 『애들 혼사는 어떻게 할까요』하고 물었다.
『뭔 혼사 말씀이요』
『우리가 부처님전에 가기 전에 약속...』
『끙, 흙 한 줌도 없는 사람이 남의 딸 데려가서 공기를 먹여 살릴려고 달라고 하시요』
아무 말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 온 김진국은 헐떨어진 사랑방에 들어앉아 기척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김진국아들 사라도령은 원진국따님 원앙낭자에게 가서 말했다.
『원앙낭자님아, 빈곤한 사람은 장가도 들 수 없습니까』
『무슨 말씀입니까』
사라도령에게 반한 원앙이는 그 얘기를 듣고는 『내게 수가 있으니 아버님을 한 번만 더 오게 하십서』하고 말했다.
사라도령은 집으로 돌아오고 원앙이는 부친방으로 들어가서 문안을 들였다.
『아버님 제가 아주 흉한 꿈을 보았습니다』
『어떤 꿈을 보았더냐』
『백발노장이 말하되 「너의 부모가 부처님앞에서 한 약속을 어기니 모래 사오시께 삼 차사가 내려와서 너를 잡아갈 것이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노장은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아버님은 누구하고 무슨 약속을 했길래 이런 무서운 꿈을 꾸게 됩니까』
『너를 얻으려고 부처님앞에 기도 드릴 때에 김진국 대감과 약속을 하였노라』
『죽는 건 애석치 아니하지마는 부모님네 은공을 갚아두고 죽어야 할 것인데 모래 사오시로 죽어지면 이런 원통함이 어디 있소이까』
『그러면 사라도령한테 가겠느냐』
『저를 살리려면 사라도령한테 시집을 보내 주소서』
할 수 없이 원진국은 다음날 김진국을 청했다.
김진국이 원진국 집으로 들어가자니 『사돈님 어서 오시오』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진국은 마음속으로 『어제까지는 딸을 안주겠다 했는데 오늘은 어인 일인고』하고 괴이쩍게 생각했다.
원진국이 말했다.
『탄생하기전부터 약속을 한 사돈인데 택일할 거 없이 내일로 혼례식을 지냅시다』
『내일은 멸망(滅亡)일이자 사일(死日)이자 날이 너무 궂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원진국 대감이 말을 하되 『그렇게 택일을 잘 보는 대감님이 웬일로 지금까지 그렇게 답답하게 삽디가. 아무 소리 말고 내일 식을 행합시다. 내가 안밖 잔치를 다 차리겠소』
가난한 김진국은 거역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예식을 했다.
그 뒷 해에는 원앙이가 잉태를 했다.
어느 날 열말지기 녹두밭에서 풀을 매고 있었더니 삼차사가 와서 사라도령을 찾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사일(受死日)에 결혼식을 하지 말걸. 모든게 내가 어리석은 연고로다』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할 수 없이 두 부부가 같이 나섰다.
저승 길이 어디인고.
원앙이 내외간이 서경 넓은 들에서 돌아다니다 보니 춥고 배고프고 다리가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억새 떨기를 주어모아 의지하고 밤을 새는데 묘한 소리가 고개곡곡 났다.
『낭군님아 저게 무슨 소립니까』
『만년장자 집의 닭 우는 소립니다』
『그러면 낭군님아 나를 그 집에 데려가서 종으로 팔고 갑서』

미니해설
제주도(濟州島)신화중에서 중이 나타나고 아이를 얻기 위해서 절에 불공을 드리는 것은 흔히 나타나는 장면이다.
그만큼 제주(濟州)의 민간신앙속에는 불교의 영향이 깊이 스며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를 갖는 것은 「생불(生佛)」이라고 하고 아이를 갖도록 도와주는 여신은 「생불할망」이라고 한다.
또 아이를 갖기 위해 정성을 들이는 것을 「원불(願佛)수룩」이라고 한다.
서천꽃밭의 꽃감관이 되는 사라도령은 부처님에게 원불수룩을 드려 태어난 아이다.
원진국은 많은 재물을 바쳤지만 정성과 믿음이 부족하여 딸밖에 못 낳고 김진국은 쌀 한되 밖에 못 바쳤지만 아들을 얻게 된다.
아들을 중시하는 사회에 있어서 딸을 얻느냐 아들을 얻느냐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부처님의 저울은 재물의 양에 따라 무겁고 가벼운 것이 아니라 사람의 정성에 따라 기울어 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신화의 목적은 서천꽃밭을 지키는 꽃감관의 내력과 꽃들의 종류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꽃을 지키는 신의 내력을 소상히 알려주는 것은 그 신을 기쁘게 하여 꽃을 얻어오거나 또는 운명에 없는 아이여서 꽃을 훔쳐 와서 잉태를 하더라도 재앙을 면키 위한 것이다.
제주(濟州)에서는 산 사람(生人)은 내력을 얘기하면 화를 내고 해가 되지만 신들은 본(本)을 풀어야 「신나락만나락」 기뻐한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신의 내력을 상세히 얘기하는 것은 그 신의 현존함을 강하게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제주(濟州)의 신화가 왕성하게 전해지는 것은 이 때문에 민간신앙의례를 할 때마다 신들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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