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高大卿기자】


제주도神話 순례

神들의 故鄕 >13<

팔려간 원앙부인모자(母子) 모진 고생

꽃감관(2)
남편잃고 아들까지 아버지찾아 저승길로

『부인 그게 웬 말이요』
『발이 아파 따라 갈 수가 없습니다』
발을 들어보니 탱탱 부어오르고 피가 그치질 않았다.
사라도령은 원앙부인을 부여안고 한없이 우는구나.
뱃속에 아이 2백냥, 아기 엄마 1백냥, 합이 3백냥에 팔아 넘긴 사라도령은 향나무 빗 반 조각을 징표로 남겨놓고 저승길로 떠나갔다.
밤이 되니 만년장자가 창문으로 기어들어 왔다.
몽둥이를 준비한 원앙부인이 머리를 냅다 내리쳤다.
『요개 요개 양반집 개가 뭐하러 이 밤중에 오느냐』
『개가 아니라 주인이 되니라』
『이 나라에선 이리합니까. 우리 나라에선 아기 난 후 낮에 멍석 일이나 할 수 있게 돼야 밤자리를 베풉니다』
아기를 낳고 할락궁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할락궁이가 세 살이 되던 해에 다시 만년장자가 원앙부인에게 몸을 요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자라 삼천서당에 다닐 수 있도록 키워야 몸을 허락하는 법도가 있습니다』
할락궁이가 자라 서당에 다닐 때가 되어 만년장자가 다시 동침을 하자고 하니 이번에는 『아이가 쟁기를 지고 밭을 갈 때가 돼야 허락하는 법』이라고 발뺌을 했다.
할락궁이가 열다섯 십오세가 되니 변명할 말이 없어졌다.
『내가 들어가도 좋으냐』
『어서 들어오십시오』
만년장자가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원앙부인은 빨래방망이로 만년장자의 발등을 팍싹 내리찍었다.
만년장자의 비명을 듣고 달려 온 첫째 딸·둘째 딸과 가족들이 모두 죽일 듯이 원앙부인을 때리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셋째 딸이 말했다.
『아버님 지금까지 큰 농사를 저 종이 거둬들이고 집안살림 잘하였는데 저 종을 죽이면 누가 일을 합니까. 죽이는 대신 벌역(罰役)을 시키소서』
원앙부인은 이날부터 하루에 물명주를 한 동씩 짜야 했고 할락궁이는 하룻밤에 노(繩) 천 발을 꼬아야 했다.
봄이 오니 만년장자는 할락궁이에게 씨뿌릴 밭을 하루에 한 섬지기씩 만들도록 했다.
거친 나무 숲을 일구어 밭을 만드니 다시 그 밭에 좁씨를 뿌려 심도록 했다.
좁씨를 뿌려 심자 이번에는 『멸망일(滅亡日)에 좁씨를 뿌렸으니 곡식이 잘될 리 없다』고 뿌린 좁씨를 주워오도록 했다.
넓은 밭에서 좁씨를 한 알 한 알 줍노라니 난데없는 개미들이 밭으로 모여들어 삽시간에 좁씨를 모아줬다.
모두 주워오니 만년 장자는 한 방울이 모자라다고 강짜를 부렸다.
다시 주우러 가니 말개미가 한 방울을 물고 와서 줬다.
좁씨 한 방울을 받아들고 집에 가져오니 만년장자가 『내일부터 땔 나무를 하루 오십 바리를 하여 들이라』고 명령을 했다.
나무 한 짐을 하면 두 짐이 되고 두 짐을 하면 저절로 네 짐으로 불어났다.
오십 바리의 나무를 해 온 할락궁이는 그날 밤 어머니에게 자기의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었다.
『만년장자가 너의 아버지다』
『만년장자가 우리 아버지면 무슨 까닭으로 이같이 벌력을 시킵니까. 바른 말을 하소서』
그래도 말을 하지 않자 어느 날 할락궁이는 어머니에게 콩을 한 되 볶아 달라고 했다.
어머니가 셋째 딸에게 콩을 빌어 볶고 있노라니 할락궁이는 만년장자가 부른다고 거짓말을 했다.
어머니가 나간 사이에 부지깽이와 배수기(콩 젓는 막대)를 다 감추어 버렸다.
잠시 후에 돌아 온 어머니가 콩이 타는 것을 보고 화급히 손으로 젓느라니 할락궁이가 달려들어 뜨거운 솥뚜껑 위에 어머니를 손을 힘껏 눌렀다.
『우리 아버지가 누굽니까』
원앙부인은 할 수 없이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너의 아버지는 사라도령이다. 네가 나기도 전에 서천서역국에 꽃감관으로 떠났다』
원앙부인은 하나 있는 아들까지 기약이 없는 저승길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님 그러면 모밀로(메밀로) 범벅(주먹밥) 세 덩이를 만들어 주십시오』
『모밀 가루가 어디 있느냐』
『이런 부잣집에 모밀이 없단 말입니까』
다시 셋째 딸이 모밀 한 되를 내어주니 갈아서 범벅을 만들되 두 덩이는 소금을 많이 놓고 한 덩이는 소금을 놓지 않고 만들었다.
『저가 어데로 갈지라도 저 간 곳을 말하지 마소서』
할락궁이는 소·말 오십 두를 몰아서 땔감 하러 나가는 체하여 서천국으로 향하여 갔다.
날이 저물어 소와 말이 빈 길마로 집으로 들어오니 만년장자가 눈치를 챘다.
『바른 말 하여라』
『나 모릅니다』
원앙부인이 간 곳을 얘기하지 않으니 만년장자는 천리둥이 만리둥이 개들을 풀어서 할락궁이를 물어오도록 했다.
개가 쫓아오는 걸 본 할락궁이 하는 말이
『너도 종 나도 종이 아니냐. 이 범벅이나 한 덩이씩 먹어라』
짠 범벅을 먹은 개들이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러 간 사이에 할락궁이는 서천꽃밭으로 아버지를 찾으러 향했다.
원앙부인은 만년장자의 가족들에게 매를 맞아 죽었다.


◇그림=김재경(서양화가)
미니해설
신화(神話)속 「기적」은 주인공 초인적 능력 입증

천하 부자의 외동딸로 태어나 현명하고 절개가 있었던 원앙부인은 운명의 철퇴를 맞아 급기야 남의 집 종으로 타락하고 말았다.
어린 아들을 키우며 서러운 종살이를 하던 원앙부인은 고생만 하다가 끝내 한을 품은 채 매를 맞아 사지가 찢긴 채 죽게 된다.
할락궁이는 꽃감관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신이 될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가해지는 온갖 시련을 꿋꿋이 헤쳐 나가게 된다.
할락궁이가 만년장자로부터 가해지는 초인간적인 임무를 완수하는데는 신적인 도움을 받게 된다.
「풍속무음」본에는 이에 대해 하루에 물명주 한 동(50필)을 짜는데는 옥황의 선녀(仙女)들이 도와주고 할락궁이가 하루에 소·말 50마리 분의 땔감을 하는데는 옥황의 선남(仙男)들이 도와줬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런 식의 「기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화·전설·동화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줄거리이다.
우리나라 「콩쥐팥쥐」의 동화에서 두꺼비의 도움을 받아 밑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콩쥐나 서구의 「신데렐라」전설 속에서 계모의 학대를 받다가 쥐들의 도움으로 공주가 되는 처녀의 이야기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학자들은 이같은 「기적」이나 동물·신(神)들의 도움을 주인공 자신의 재능이 의인화, 또는 그 능력이 우화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주인공은 인간으로서 헤쳐나갈 수 없는 역경까지 헤쳐나갈 수 있는 초월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할락궁이가 아버지를 찾아가는데는 아직 저승길이라는 험난한 난관이 남아있다.
모든 역경을 헤치고 서천꽃밭에 도달하는 할락궁이는 이 꽃밭에서 신적인 힘을 얻고 돌아와 어머니를 되살리고 원수를 갚을 것이다.



종합안내|교통|숙박|명소|레포츠|해수욕장|등산|낚시|쇼핑|음식|날씨|지도|전화번호|DB

Last Updated on 22nd February, 1998.
Copyright 1996 SOOASUNG (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