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高大卿기자】


제주도神話 순례

神들의 故鄕 >27<

“설운 형제들 간(肝) 찾으러 오시오”

남선비(2)
막내 고함에 도망친 노일자대 목매죽어

여산부인의 옷을 입고 모양새를 낸 노일자대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길을 몰라서 남선비의 뒤만 졸졸 따라 다녔다.
어머니의 배가 들어오는 것을 본 일곱형제들이 마중을 나갔다.
큰 아들은 두루마기를 벗어 길에 깔고 샛아들은 갓을 벗어 놓고 부모님을 맞았다.
세째아들은 저고리를 벗고 네째 아들은 두건을, 다섯째 아들은 옷감을 끊어놓고 여섯째 아들은 수건을 깔았는데 막내 아들 녹두생이는 어머니 앞을 가로 막았다.
『아버지는 어서 오십서마는 어머니는 우리 어머니가 아닙니다』
『아기들아 웬 말이냐. 아버지 찾으러 파도를 건너갔다오고 온갖 고생하다보니 얼굴이 달라질 수 밖에 더 있느냐』 그도 그럴 법한 소리였다.
집에 오기는 했으나 고간(庫間)이 어디 있는 줄도 모른 노일자대는 『너희대로 저녁밥을 지어 먹어라. 멀미해서 밥을 못 먹겠다』하고 핑계를 댔다.
할 수 없이 어머니로 맞아들였으나 미심쩍은 녹두생이는 형들에게 자기의 꾀를 얘기했다.
형제들은 고간에서 수없이 독을 열었다 덮었다 했다.
방안에 누워서 형제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들어뒀던 노일자대는 다음날이 되자 밥을 하는데 수없이 독뚜껑을 열며 곡식을 꺼내 밥을 하니 너무 많아 솥이 넘쳤다.
밥상을 놓는데도 아들 사발은 아버지에게 가고 아버지 수저는 아들앞에 놓았다.
그제야 어머니가 아니라는 것을 안 형제들은 밥을 먹다 말고 슬퍼하며 밖으로 나갔다.
형제들이 눈치 챈 것을 안 노일자대는 갑자기 두 손으로 배를 움켜쥐고 방안을 뒹굴었다.
『아고 배야, 아고 배야』
『부인 왜 그러시오』
『심화병이 났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소』
『저 사도전거리(큰 길)에 가서 문점이나 봤으면 좋겠습니다』
남선비가 집밖으로 나서자 노일자대는 얼른 일어나 사도전거리로 달려 가서 멕(망태기)을 뒤집어 쓰고 앉았다.
『저기 오는 게 남선비아니오』
『아니 나를 아십니까』
『물어 볼 필요없이 그냥 돌아가시오. 처방이 없소』
『사람 하나 살리는 셈치고 말씀해 주십시요』
『아들 일곱형제 간을 내 먹이면 좋겠소』
낙담한 남선비가 집으로 돌아오니 먼저 샛길로 와 있던 노일자대가 말했다.
『아들이야 또 나면 되지만…, 죽일 수야 있습니까. 다른 점장이에게 가 보세요』
이번에는 삼도전(세거리)거리에 나가 봤더니 바람구덕(바구니)을 뒤집어 쓰고 있던 노일자대가 말했다.
『아하, 남선비가 또 문점하러 오는구나』
『어떻게 잘 아시오』
『아들 일곱형제 간이나 내 먹이지 않으면 백약(百藥)이 무효요』
집에 돌아오니 노일자대가 또 말했다.
『한 번에 셋씩 세 번이면 아홉을 낳기는 하지만……, 아고 아고』
비명소리를 듣다못한 남선비가 부엌으로 나와 칼을 갈았다.
형제들은 슬퍼하며 산으로 도망갔다.
막내아들 녹두생이가 꾀를 내어 아버지에게 갔다.
『아버님 왜 칼을 가십니까』
『너희들 간을 내어 어머니에게 줘야 겠다』
『아버님이 어떻게 일곱형제를 다 죽이겠습니까. 제가 형님들을 죽여 간을 내 올태니 아버님은 저만 죽이십시요』
산에 올라가 고민을 하다보니 새끼 일곱마리를 거느린 산돼지가 나타났다.
새끼 하나는 씨로 남겨두고 여섯마리를 잡아 먹은 다음 간만 가지고 내려왔다.
녹두생이가 간을 노일자대에게 주니 노일자대가 말했다.
『네 앞에서 먹을 수 있느냐. 잠시 나갔다 오너라』
녹두생이가 나오면서 손가락에 침을 묻혀 창호지에 구멍을 내고 밖에서 보고 있으려니 노일자대는 입에 피만 바르고 간은 요밑으로 넣었다.
『어머니 좀 어떻습니까』
『살아질 것 같다. 하나만 더 먹으면 다 낫겠다』
『죽기전에 어머니 머리에 이나 잡아드리겠습니다』
『중병 걸린 환자 머리에 이는 잡지 않는다』
『그러면 방이나 치워 드리겠습니다』
『중환자 있는 방을 누가 치운다고 하더냐』
『내가 치운다고 했소』
녹두생이가 화를 벌떡 내며 요를 걷어 치우니 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설운 형제들 간 찾으러 오시오』
녹두생이가 간을 들고 나오며 소리치니 형제들이 죽일 기세로 집으로 들어왔다.
겁이 난 남선비는 도망가다가 정낭에 걸려 죽었다.
뒷곁으로 도망간 노일자대는 머리를 풀어 변소에서 목을 매 죽었다.
형제들은 노일자재를 토막내 원수를 갚았다.
두 다리는 잘라 변소간의 디딤돌로 썼다.
머리털은 잘라 바다로 던지니 페(해조류)가 됐다.
손톱·발톱은 굼벗이 되고 배꼽은 굴맹이가 됐다.
하문(下門)은 전복이 됐다.
그 밑에 구멍은 말미잘이 됐다.
남은 것을 빻아서 공중에 흩뿌리니 악한 여자의 살인지라 이·벼룩·모기·각다귀·뱀·지네등 독한 짐승·벌레들이 됐다.
어머니를 찾아 나선 형제들이 오동나라로 가 보니 어머니는 바다속에 잠겨있었다.
형제들이 7일동안 용왕에게 기원을 하니 바닷물이 낮아졌다.
이때부터 밀물과 썰물이 생겼다.
어머니의 시체를 건져놓고 통곡을 하고 있는데 곽새가 날아가다가 이 소리를 듣고 내려왔다.
『소 한 마리만 구해 오면 도리가 있다』
일곱형제는 소를 잡아 일곱토막으로 나누고 곽새 위에 올라타 고기 한 점씩 입에 넣어주며 서천꽃밭까지 날아갔다.
환생꽃을 구해다 어머니를 되살려내고 어머니 죽어 누웠던 흙은 파다가 시루를 만들었다.
형제들이 모두 하나씩 구멍을 뚫어서 이런 연유로 시루 구멍은 일곱개가 됐다.
옥황상제에게 축원을 하니 모두 집안에 신이 되었다.
남선비는 정낭에 걸려 죽었으니 정살귀신이 됐다.
여산부인은 죽어 추운 바다속에서 사철을 있었으니 따뜻한 부엌에서 살라고 조왕할망을 시켰다.
위로 네 형제는 동·서·남·북, 다섯째는 중앙을 지키게 되고 여섯째는 뒷문전(門前)신, 녹두생이는 앞의 일문전(一門前)신이 됐다.
노일자대는 변소에서 죽었기 때문에 측도(厠道)부인이 됐다.


◇그림=김재경(서양화가)
미니해설
일가족 모두 집 관련 신(神)돼

일곱 형제가 부모를 마중 나갔을 때 저마다 두루마기나 저고리를 벗어 깔고 맞아들이는데 원래 구전자들은 이 부분을 말할 때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다리를 놓는다」는 것은 굿판에서 흔히 쓰이는 「통과」의 상징이다.
이승과 저승, 또는 다른 세계 사이, 신과 인간의 세계등은 모두 「다리」로 연결돼 있다 는 개념이다.
이 다리를 건너야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다.
원본에는 여섯형제가 다리를 놓은 후 막내 녹두생이는 『「칼 선 다리」를 놓았다』고 돼 있다.
「칼 선 다리」라는 것은 어려운 난관일 뿐 아니라 거절의 의미로서 「등을 돌린다」「원수가 진다」는 말의 상징적인 표현이다.
일부 본에서는 형제들이 어머니를 살리는 과정에서 거대한 새의 일종인 「곽새」가 등장한다.
초월적인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체로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은 제주도 구전신화의 특성상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오히려 원형을 간직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대로 인용했다.
녹두생이의 가족은 모두 집과 관련된 신들이 되는데 일부 본에 따르면 일곱형제는 죽은 후 북두칠성이 됐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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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22nd February,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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