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高大卿기자】


제주도神話 순례

神들의 故鄕 >28<

육신(肉身)떠난 영혼 저승으로 인계

강림차사(1)
지붕 상마루로 들어가 사자(死者)이름 세번불러

차사는 죽은 자의 이름을 세 번 부른다.
그러면 무거운 육신에 묶여 있던 영혼이 홀연히 몸을 떠나 창밖으로 나간다.
느닷없이 오면서도 어김이 없고 비정하기로는 죽음의 사자, 차사만한 것이 없는 법이다.
차사는 염라대왕으로부터 적배지(붉은 패지, 赤牌旨)를 받아 이승으로 온다.
적배지에는 붉은 천에 저승으로 가야 할 자의 이름이 쓰여 있다.
차사는 복장부터 서슬이 퍼렇다.
남색바지에 백색저고리, 자주색 행전을 차고 백색버선에 미투리를 신고 있다.
까만 쇠털 전립(戰笠)을 머리에 쓰고 한산모시 겹두루마기를 두르고 남색 쾌자를 걸친다.
옆구리에는 붉은 오랏줄을 달고 옷고름에는 적배지를 달아매고 팔뚝에는 자신의 신분을 상징하는 석자오치짜리 팔찌걸이를 맨다.
가슴에는 용(勇)자, 등에는 왕(王)자가 새겨져 있고 등뒤에는 상여의 용두머리를 매어 끌고 갈 행차배를 지고 온다.
눈은 부릅뜬 것이 봉황의 눈이다.
하늘에서 심부름을 하는 천황(天皇)차사는 「일(日)직사자」요, 땅의 일을 보는 지황차사는 「월(月)직사자」다. 사람의 일을 보는 인황차사가 금부도사라면 이승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잡아가는 것은 이승차사 「강림」이고 저승의 일을 보는 것은 저승차사 「이원사자」다.
또 「명부차사」가 있어 제 명을 다하지 않으면 아무나 죽는 일이 없도록 한다.
우물가에는 「단물차사」가 기다렸다가 세상 떠나는 영혼을 인도하고,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거나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진 영혼을 인도하는 「용궁사자」도 있으며 객지나 노중에서 저세상으로 간 영혼을 인도해 가는 「객사차사」도 있다.
나무가지에 걸려 죽은 영혼을 인도하는 「의사차사」, 멱을 감다가 갑자기 세상을 하직한 영혼을 데려가는 「엄사차사」, 날아온 돌에 맞아 비명에 간 혼을 인도하는 「탄석차사」, 불에 타죽은 영혼을 인도하는 「화덕차사」, 옥에서 목숨을 잃은 영혼을 인도해 가는 「무죄차사」도 있다.
이 중에 이승차사는 강림이다.
강림차사는 적배지를 들고 그 마을 사람들의 생명을 관장하는 본향당신에게 가서 호적·장적을 맞춰본다.
죽을 때가 된 사람이면 그 사람의 집으로 찾아간다.
신심이 깊어 집안의 신들이 지켜주면 영혼을 잡아가는데 번거로움을 겪는다.
문전에서는 일문전신이 있어 못 들어가고 뒷문전으로 들어가자고 하면 뒷문전신, 부엌으로 들어가려면 조왕신이 있어 가로 막는다.
그래서 차사는 지붕 상마루로 들어 가 죽은 자의 나이와 이름을 크게 세번 부른다.
초혼(招魂). 이혼. 삼혼. 그러면 육신을 떠난 영혼은 비로소 집밖으로 나가게 된다.
강림차사가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 저승으로 가서 저승차사에게 인계하면 저승차사가 명부의 세계로 끌고 간다.
초군문·이군문 삼사도군문을 지나면 저승의 열두 대문이 나타난다.
첫번째 문을 열면 진광대왕의 도산지옥이 있다.
도산지옥은 깊은 물에 다리를 놓은 공적도 없고 배고픈 자에게 밥을 준 공덕도 없는 죄인이 들어가는데 칼을 심어놓은 험한 산으로 돼 있다.
제2지옥은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거나 벗은 사람에게 옷을 준 공덕이 없는 자가 가는 곳으로 화탕지옥이며 초강대왕이 관장을 하고 있다.
이 지옥에서는 불이 훨훨 타오르고 끓는 물에 죄인을 담갔다 꺼냈다한다.
제3지옥은 부모에 효심이 없고 가정에 화목하지 못하고 동네어른을 존경하지 않은 죄인이 가는 지옥인데 백년이고 천년이고 얼음속에 갇혀 지내야 하는 송제대왕의 한빙지옥이다.
오관대왕이 차지한 네번째 검수지옥은 함정에 빠진 사람을 그냥 둔 사람, 길막힌 사람 길 뚫어준 공덕을 못 쌓은 사람이 가는 곳이다.
나무가 다 시퍼런 칼로 돼 있어서 걸어갈 때마다 살이 한 점씩 떨어진다.
제5지옥은 염라대왕의 차지이다.
부모조상 말에 불손한 대꾸를 한 자, 입으로 일가 화목을 깨뜨린 자, 동네어른을 박대한 자가 가는 곳으로 집게로 혀를 뽑는 발설지옥이다.
여섯번째는 살인·강도·고문·도둑질 한 자가 가는 곳인데 독사들이 우글거리며 몸을 감아 물어뜯는 독사지옥으로 변성대왕이 있다.
일곱번째 태산대왕차지 거해지옥은 돈을 듬뿍 받고도 나쁜 음식을 대접한 자, 쌀을 팔아도 되를 속여 적게 준자가 가는 곳으로 큰 톱·작은 톱으로 열두가지 뼈를 썰어낸다.
제8은 평등대왕의 철상지옥이다.
세상살이 중에 남의 등을 친 재물로 떵떵거리던 이들을 쇠못을 빼곡하게 박은 침대에 눕혀 죄를 다스린다.
제9 도시대왕의 풍도지옥에는 살을 에이는 바람이 부는 곳이다.
자기 남편 놓아두고 남의 남편 우러른 여자, 자기 아내 놔두고 남의 아내 넘본 남자가 가는 곳이다.
열번째 전륜대왕은 낮도 깜깜, 밤도 깜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흑암지옥에서 인간에서 남녀 구별을 못하고 자식하나 보지 못한 죄인을 벌준다.
그 다음 갈 데 없어 헤매는 영혼을 구원하는 어진 보살 지장대왕이 있고 열두 번째는 서천꽃밭의 생불대왕이 열다섯살이 되기 전 어려서 죽은 영혼들을 다스린다.
열두대문을 다 지나면 좌두대왕,우두대왕이 앉았다가 공정하게 심사를 하고 그 아래 동자판관이 있어 영혼들중에서 죄가 많은 자는 짐승으로 환생시켜 인간으로 귀양보내고 죄없이 공들인 사람은 시왕(저승) 상·중·하마을로 소원대로 보낸다.


◇그림=김재경(서양화가)
미니해설
신화(神話)길이 긴 것은 중요한 신(神) 상징

죽을 병이 들거나 큰 굿을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시왕(十王)맞이」를 하는데 이 굿은 많은 굿 중에서도 가장 크고 장엄하다.
저승의 신과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왕은 저승을 다스리는 신을 통칭하는 것으로 열개의 지옥을 다스리는 열 대왕을 가리킨다.
산 때의 죄를 죽은 후 다스리는 이 대왕들은 극심한 공포의 대상이다.
이들을 통칭하여 막연히 「염라대왕」이라고도 한다.
열개의 지옥의 개념은 불교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저승의 신들과 차사·사자들에 대한 기록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현용준)이 가장 상세해 여기서는 이 본을 많이 따랐다.
차사가 상여의 용두머리에 줄을 매어 당겨 저승으로 간다는 것은 장례식때 죽은 자의 친지들이 흰 배(단포)를 매어 잡아당겨 장지로 가서 시체를 묻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실제의 장례풍습이 그대로 신화화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신화중에서 자청비의 신화(세경본풀이)와 함께 가장 긴 신화중의 하나가 바로 이승차사 강림의 이야기인 「차사본」이다.
신화의 길이가 길다는 것은 제주사람들의 의식속에서 그만큼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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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22nd February,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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