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高大卿기자】


제주도神話 순례

神들의 故鄕 >40<

수백만리 길 천상의 부모 만나

오늘
사물이치(理致) 깨달아 전래…대사들 사주 풀이

어떻게 해서 태어났는지는 모르나 적막한 들판에 어여쁜 소녀가 혼자 살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학이 날아 와 이 소녀를 키웠는데 한 날개는 밑에 깔고 한 날개로는 이불 삼아 덮었으며 야광주를 물려주곤 했다.
사람들이 이 아이를 발견했을 때 이 아이는 이름도 없고 부모도 모르고 난 날 난 시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소녀의 생일을 발견된 날로 하고 이름도 「오늘이」로 지었다.
문전걸식을 하며 살던 소녀가 어느 날 박이왕의 어머니 백씨부인을 만났다.
『너는 오늘이가 아니냐』
처음 보는 부인이 대뜸 이름을 알아맞췄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아십니까』
『네 부모가 어데 있는지 아느냐』
『모릅니다. 어떻게 찾아가면 되겠습니까』
『네 부모는 원천강에 살고 있다. 서천강가의 백모래사장 옆에 별충당에서 한 동자가 높이 앉아 글을 읽고 있을 것이니 물어보면 소원을 성취할 것이다』
오늘이는 별충당을 찾아가 문밖에 종일 서 있다가 날이 저물자 성안으로 들어갔다.
원천강으로 가는 길을 묻자 책만 읽고 있던 동자가 말했다.
『나는 장상이요. 옥황의 분부로 여기 앉아 언제든지 책만 읽고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소. 연화못가에 연꽃나무가 있으니 가서 물어보면 가는 길을 알 것이요. 원천강에 가면 내가 왜 책만 읽고 있어야 되는지 연유를 좀 알아다 주시오』
날이 새어 연화못으로 가니 과연 연꽃나무가 있었다.
『연꽃아, 말 좀 물어보자. 원천강은 어데로 가느냐』
『길을 가르쳐 줄 터이니 내 팔자나 알아다 다오. 나는 겨울에 움이 뿌리에 있고 정월이면 몸중에 있다가 이월이면 가지가 나고 3월이면 꽃이 피는데 웃가지에만 피고 다른 가지에는 아니 피니 왠 일인지 모르겠다. 청수(靑水)바닷가에 가면 천하(天下)대사가 누워 뒹굴고 있을 테니 그 에게 물어봐라』
연꽃나무가 가리켜 준 대로 길을 가다보니 아닌게 아니라 대사가 뒹굴고 있었다.
『길 가리켜 주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내 부탁도 하나 들어다오. 다른 뱀들은 야광주를 하나만 물어도 용이 돼 승천하는데 나는 야광주를 셋이나 물어도 용이 못되니 어쩌면 좋은지 알아봐다오』
오늘은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고 대사의 등에 타서 청수바다를 건넜다.
『바다를 건넜으니 가다가 책만 읽고 있는 매일이를 만나면 물어봐라』
매일이는 장상처럼 별충당 위에 앉아 책만 읽다가 오늘이에게 팔자를 알아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길을 가리켜 줬다.
매일이와 헤어져 가다보니 시녀궁녀들이 흐느껴 울고 있었다.
이들은 옥황의 시녀들이었으나 죄를 지어 벌로 물을 푸고 있었다.
그런데 바가지에 구멍이 뚫려 물을 긷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이는 정동덩굴을 베어 구멍을 막고 송진을 녹여서 틈을 막아 물을 긷게했다.
정성을 다하여 옥황에 축원하고 물을 푸니 우물이 금새 말랐다.
시녀 궁녀들이 기뻐하여 원천강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줬다.
원천강의 밖에는 만리장성이 둘러싸여 있고 성문에는 문지기가 지키고 있었다.
문열어 주기를 거절당한 오늘이는 눈앞이 캄캄하여 혼절하여 쓰러져 버렸다.
처녀 몸으로 혈혈단신 수백만리길, 온갖 산 온갖 물을 건너 부모를 찾아 왔건만 문안도 못 드린다는 것이다.
성밖에서 오래 울던 오늘이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부모를 찾아 내 할 일 다 했으니 이제 돌아가서 무엇하랴』
오늘이가 통곡하며 흐느끼자 동정심을 느낀 문지기가 올라가서 아뢰었다.
오늘의 부모는 오늘이가 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때야 오늘이를 불러 들인 원천강부부는 성안을 구경토록 했다.
만리장성의 곳곳에는 문이 달려 있는데 그 문 안에는 춘하추동 사시사철이 다 모여 있었다.
구경을 모두 마치고 돌아갈 때가 되어 오늘이가 오던 중에 있었던 이야기를 모두 하자 부모가 대답했다.
『장상이와 매일이는 부부가 되면 만년영화를 누릴 것이다. 연화나무는 웃가지의 꽃을 꺾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면 꽃이 만발할 것이며 대사는 야광주 한 개만 물었으면 될 터인데 욕심이 너무 많아서 용이 못된 것이다. 그날 처음 만난 사람에게 야광주 두 개를 줘 버리면 곧 용이 되리라』
오늘이의 이야기를 들은 장상이와 매일이는 부부가 되어 만년영화를 누리며 살았다.
대사는 야광주 두 개를 뱉어 오늘이에게 줬다.
연화나무는 맨 윗가지 꽃을 따서 오늘이를 주자 밑에 있던 가지들이 모두 꽃을 피워 향을 뽐내게 됐다.
오늘이는 야광주 하나는 백씨부인에게 선물하고 나머니 꽃 한 개와 야광주 하나를 지니고 옥황에 올라 신녀(神女)가 됐다.
오늘이는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절마다 다니며 원천강을 배껴 쓰도록 했는데 이때부터 대사들이 천상의 지혜를 알아 사물의 이치를 깨치고 사주팔자를 볼 수 있게 됐다.


◇그림=김재경(서양화가)
미니해설
굿시간 짧아지며 구술되는것 듣기 힘들어

이 신화의 주인공들은 이름이 「오늘」「매일」등 시간을 나타내는 추상명사여서 눈길을 끈다.
서양에서는 「신곡」「천로역정」등 초기소설에서 볼 수 있는 수법으로서 추상적 개념을 그대로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신화의 주제인 「사주팔자」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느낌을 준다.
제주(濟州)의 신화중에는 「수명(壽命)이」「총명(聰明)부인」같은 이름이 등장하는 천지왕의 신화와 비슷한 틀이다.
오늘이에게 부모의 존재를 알려준 백씨부인은 아들이 천지왕 신화에 등장하는 박우왕과 동일시돼 대지신(大地神)의 신격을 지닌 것으로 추측된다.
이 신화는 「조선무속의 연구」본에만 유일하게 수록됐다.
「오늘이」의 이야기는 「원천강(袁天綱)본풀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진다.
「원천강」이라는 것은 다른 신화에도 흔히 등장하는 「원천강사주역」의 약자로서 스님이나 심방들이 사람들의 앞일과 팔자를 알 수 있게 된 연유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천지왕신화의 다음 차례에 이 신화가 수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신화의 시간적 배경이 천지개벽에서 그다지 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 신화의 이후에 「원천강」으로 사주팔자를 보는 다른 신화들이 많이 나타난다.
채록본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처럼 이 신화는 최근의 제의의 현장에서 구술되는 것을 듣기도 힘들다.
추측컨데 원래는 굿의 현장에서 구술됐으나 굿이 제의시간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탈락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심방이나 스님들이 사주팔자를 볼 수 있다는 것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은 신들의 존재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이 오랜 기일을 거치며 당연시 되고 더이상 신화로서 구송될 필요가 적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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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22nd February,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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