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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민황제 <1>
세민황제가 인간세계에 임금으로 있었다.
고집이 세고 마음이 사나운 양반이어서 만민백성을 괴롭게 굴고 불법(佛法)을 무시하여 불도(佛道)를 믿는 사람을 엄한 벌로 처단하며 포악한 짓을 하다가 죽었다.
죽어서 저승에 갔더니 먼저 와 있던 인간들이 방망이를 들고 세민황제에게 원수를 갚으려고 덤벼들었다.
저승차사가 이를 말려 대별왕에게 데리고 들어가 감옥에 가둬버렸다.
대별왕이 만사를 생각하며 수심에 잠겨 있을 때 저승의 백성들이 대별왕앞으로 모여들어 탄원을 했다.
『세민황제는 이승에 있을 때 우리들에게 억울한 돈을 많이 빼앗았으며 죄없는 사람에게 죄 있다고 하여 못견디게 굴고 죽여버리고 하며 포악하고 악한 짓만 했으니 원수를 갚게 해 주십시요』
대별왕이 세민황제를 불러서 말했다.
『너 이 고약한 놈아, 이승에서 못할 짓을 많이 하여 애매한 사람을 괴롭게 굴고 죽이고 남의 돈을 공짜로 뺏아 먹었으니 그 때에 못할 짓 한 만큼 못사는 사람 잘 살게 하고 죽은 사람 살리고 공짜로 먹은 돈을 죄다 갚아주어라』
『옳은 일은 할 수 있겠지만 돈이야 저승에 어데 있어 빚을 갚겠습니까』
세민황제가 난감하여 대답했다.
대별왕이 성을 내며 말했다.
『네가 이승에서 공짜로 모은 돈은 다 어찌 했단 말이냐. 뱀 통에 빠져서 만년을 살아보겠느냐』
세민황제가 자신의 저승궤에 가 봤더니 나락 한 단 밖에 없었다.
『어찌하여 나의 궤에는 나락 한 단 밖에 없습니까』
『너는 세상에게 남의 것만 공짜로 많이 먹고 남에게는 주어본 적이 없다. 어린 때 동네 늙은이에게 나락 한단을 준 것 밖에 없으니 그것 뿐이다. 살았을 때 활인(活人)을 많이 해야 저승궤에 재산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것이 활인의 덕입니까』
『배고픈 사람에게 옷 주고 가난한 사람에게 돈 주는 것이 활인의 덕이다』
『이승에서는 과연 잘못하였습니다』
세민황제는 대별왕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대별왕께서 돈을 얼마만 빌려주고 저를 살려주시면 이승에 가서 나쁜 버릇 고치고 선한 마음 먹어 만인(萬人)적선하여 돈을 벌어 갚아드리겠습니다』
대별왕이 말했다.
『이승의 매일이와 장상을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매일·장상의 궤에 돈이 많으니 빚져 썼다가 이승에 가서 그 사람에게 갚아주어라』
대별왕이 돈궤지기를 불러서 세민황제에게 내어주라고 명령하여 빚을 갚도록 하고 덕을 쌓아 빚을 갚으라고 이승으로 도로 내보냈다.
『어서 이승으로 나가 적선을 많이 하고 오라. 가다가 송아지가 나서서 길을 인도하여 주겠다고 하리라. 그러나 그 송아지의 말을 듣지 말고 곧은 길로만 나가거라. 또 가다 보면 흰 강아지가 길을 인도하여 주겠다 하리라. 그러나 그 말도 듣지말고 곧은 길로만 바로 가다보면 검천낭(劒天郞)이라는 차사가 있을 터이니 그 차사에게 물으면 이승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승으로 오다보니 과연 얼룩송아지와 흰강아지가 나타나서 길을 가리켜 주겠다고 말했으나 그 말을 듣지 않고 곧은 길로만 걸어 가서 검천차사를 만났다.
검천차사는 어떤 문을 열고 컴컴한 곳으로 밀며『속히 가시요』하며 등을 걷어찼다.
천지(天地)소 같은데로 텀벙하고 떨어져 깜짝 놀라 깨어보니 이승이었다.
세민황제는 즉시 만조백관을 모아 조회를 열고 매일과 장상이 어데사는지 조사해 보도록 했다.
남편은 신을 만들어 팔고 마누라는 술장사를 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민황제는 거지의 행색을 하고 밤에 길을 가다가 매일장상의 집으로 들어갔다.
『외방(外方)에서 온 사람입니다』하고 인사하자 매일이와 장상이 다정스럽게 맞아들였다.
술 석 잔을 마시고 술값을 물었더니 여섯 푼 밖에 받지 않았다.
『무슨 술값이 이렇게 싸오』
『다른 집에서 두 푼을 받으면 우리집에서는 한 푼을 받고, 다른 집에서 너푼을 받으면 우리는 두푼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적선인가」 생각하며 세민황제는 며칠 후에 다시 매일 장상의 집으로 가서 신을 한 켤레 팔아달라고 했다.
값은 한 켤레 값을 냈는데 두 켤레를 내어주었다.
『왜 신발을 두 켤레나 주시오』
『신 한 켤레를 사는 자에게 두 켤레를 내주고 두 켤레를 사는 자에게 네 켤레를 내주는 것은 우리집에서 전부터 해 온 일입니다』
세민황제는 「이것도 적선인가」하고 생각했다.
또 며칠 후에는 매일 장상의 집으로 가서 『돈을 열냥만 빌려달라』고 했다.
매일장상은 선선히 열냥을 내어줬다.
세민황제가 말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주었다가 안 가져오면 어쩌리요』
『옹색하시거든 가져가서 썼다가 또 생기거든 갚아주시오. 그러나 돈이 생기지 않으면 언제까지라도 안 가져다 주어도 좋으니 조금도 걱정하실 것 없오』하고 기꺼이 웃으면서 대답하다.
세민황제가 돈 열냥을 받고 나오면서 「이런 것이 정말 만인(萬人)적선이로구나」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서 매일 장상은 수만명의 불쌍한 사람들을 살려주고 수만냥의 돈을 다른 사람들에게 잃기도 했을 것이었다.
「그러니 매일 장상의 저승궤에는 돈이 그득이 차는 것이로구나」 세민황제는 감탄했다.
궁으로 돌아 온 세민황제는 즉시 조회를 열고 적선의 도를 닦기 위하여 여러가지 방침을 의논했다.
한 대신이 완전무결한 적선의 도를 닦으려면 팔만대장경을 내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 누가 어데 가서 내어올 것인가하고 의논을 거듭하던끝에 호인(好仁)대사라는 신하를 시켜서 극락세계에 보내어 팔만대장경을 내어오게 하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미니해설
세민황제에 대한 이 신화도 채록본중 「조선무속의 연구」에만 수록돼 있다.
현재 신화가 구송되는 굿의 현장에서도 이 「본풀이」는 전해지지 않고 있으며 이 신화를 알고 있는 무격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불가(佛家)에는 이승에게 좋은 일을 하지 않아 저승에 재물을 못 쌓았다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불법」이나 「팔만대장경」이라는 용어가 쓰이는 것으로 보아 불교의 이야기가 무격신화화하여 일부 지역에서 구송되다가 소멸된 것으로 보인다.
물건을 지나치게 싸게 파는 것은 현대에 있어서는 반드시 덕행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인근에 다른 상인이 있을 때는 적정한 이익을 남기려는 그들에게 피해를 끼치며, 심했을 경우는 이른바 「덤핑」이라는 것으로서 유통질서를 해치는 나쁜 상술이 돼 버린다.
싸게 파는 것, 많이 주는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서민들의 소박한 도덕관을 볼 수 있다.
이 신화로 인해 사람들은 살아서 덕을 쌓으면 죽어서 부자가 된다는 「적선(積善)」이라는 불교적 도덕률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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