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高大卿기자】


제주도神話 순례

神들의 故鄕 >43<

평생 고생끝에 죽어 새로 환생

지장
이 새가 들면 흉험드나 액도 막아주는 신(神)

지장아기는 어려서부터 죽을 때까지 고생만하다가 죽은 신이었다.
남산국과 여산국사이에 자식이 없어서 동개남 상주절에 수륙을 들였다.
은수저 놋수저에 갖은 명주 모시 삼베를 마련하고 대백미(白米) 소백미 갖추어 정성을 들이니 지장아기가 탄생했다.
한 살이 나던 해에는 어머니 무릎에서 재롱을 피우며 놀고 두 살 때에는 아버지 무릎에서 놀았다.
세 살이 나는 해에는 할머니 무릎에서, 네 살이 나는 해에는 할아버지 무릎에서 어리광을 부리며 행복하게 자랐다.
그런데 다섯 살이 되면서부터는 갖은 액운이 다 겹쳤다.
그 해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이때부터 집안일을 거들어야 했다.
여섯 살 나던 해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의지할 곳이 없어졌다.
일곱 살 나던 해에는 설운 할아버지 할머니마저 돌아가셔서 혈육이 모두 끊겨버렸다.
할 수 없이 외삼촌댁의 수양딸로 들어갔으나 구박을 당하기가 일쑤였다.
개 먹던 그릇에 밥을 받고 쥐 먹던 접시에 음식을 받아 먹었다.
배우지도 못해서 사촌동생들 어깨 넘어로 「숨은 공부」를 했는데 「참을 인(忍)」자(字) 하나는 확실히 배웠다.
못 된 외삼촌 내외는 지장아기를 귀찮아하다가 기어코 삼도전거리로 내쫓아버리고 말았다.
옥황에서 부엉새가 내려와 한 날개로는 요를 깔고 한 날개로는 덮어서 보호해 줬다.
하늘에서 옷을 주고 밥을 주어서 굶어죽지는 않았다.
열다섯 살 십오세가 되니 지장아기가 부모없는 자식이지만 착하다는 소문이 저절로 났다.
이 소문을 들은 서수왕의 문(文)씨 일가에서 혼약을 해 왔다.
좋은 집안에 시집을 가서 가재도구도 잘 갖추고 아들을 낳아 행복하게 사는가 싶더니 2년도 채 안돼 설운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다음 해에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스무 살 나던 해에는 낭군이 죽고 스물 하나에는 설운 아기까지 모두 죽고 말았다.
『나 년의 팔자여, 나 년의 사주여 어디로 가리요』
스물 두 살 나던 해에 하는 수 없이 시누이집으로 갔지만 구박때문에 살 수 없었다.
집안 식구들 다 죽여 먹었으니 액이 붙은 년이라는 욕은 들어 마땅할 터였다.
시누이는 지장아기를 식모처럼 부려먹었다.
잘 난 시누이는 게을러서 청소도 빨래도 하지 않았다.
마루에는 벼룩이 닷 되, 안방에는 쉬(서캐)가 닷 되, 건넌방에서는 이가 닷되, 합해서 한 말 닷 되를 잡아야 했다.
청소를 다 하고 시누이내외 빨래감까지 머리에 이고 주천강 연못으로 빨래를 하러 오자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동쪽에서 마침 웬 대사가 가까이 오는 게 보여 사주팔자를 물었다.
『대사님, 나 팔자 사주나 좀 헤아려 주시오』
『초본(처음)은 좋지만 중본은 궂구나. 중본은 궂지만 말본은 좋구나』
『그러면 나 혼자 몸으로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삼도전거리로 나와서 어욱 닷 뭇, 새 닷 뭇 들여서 움막을 짓고 명진국할머니에게 축원을 해서 누에를 치며 사시오』
지장아기는 누에를 쳐서 명주를 잣는 법을 배웠다.
명진국에 축원을 하여 뽕나무씨와 누에씨를 받은 지장아기는 뽕나무씨를 주천강 연못가에 심었다.
금방 싹이 난 나무는 그날로 다 자라서 무성한 잎이 달렸다.
누에가 세 번 잠 잘 때까지 기다린 지장아기는 정성을 다하여 명주를 짜서 열필을 마련했다.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된 지장아기는 산을 넘어 이 동네 저 동네를 다니며 적선받아 석달 열흘간 쌀을 모았다.
동네 처녀들을 불러 모은 지장아기는 굴무기 나무 방아에 쌀을 찧고 복숭아 나무 절구에 빻아서 고운 가루를 만들었다.
곱게 낸 가루는 체를 쳐서 굵은 가루로는 시루를 찌고 고운 가루로는 백돌래 떡을 만들었다.
명주 열필을 펴서 초공신·이공신·삼공신·명진국할머니·시왕·차사가 들어오는 다리를 놓고 재물을 진설하여 제를 지내고 죽어간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 낭군님 설운 아기의 명복을 빌었다.
지장아기는 모진 고생을 하면서도 좋은 일을 했지만 죽어서는 새가 됐다.
이 새가 들면 집안에 흉험이 드는데 머리에 들면 두통이 생기고 눈으로 들면 눈이 흘긋거리고 코로 들면 숨쉬기가 힘들고 가슴으로 들면 마음에 열이 나곤 했다.
그러나 지장은 원래 마음이 착했기 때문에 정성을 다하여 빌면 오는 액을 모두 막아준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안에 궂은 일이 생기거나 몸에 병이 들면 지장의 일화를 생각하여 이 신화를 읊어 병을 구완하고 궂은 일을 막아달라고 기원하게 됐다.


◇그림=김재경(서양화가)
미니해설
불교 「지장보살」민간신앙과 융화된 듯

「지장」신이 착한 신인지 악한 신인지 구분하여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지장이 죽어서 됐다는 새(鳥)는 곧 사(邪)와도 동일시 된다.
그래서 악신이지만 액을 막아준다는 역할에서는 선신이기도 하다.
타고 난 팔자 때문에 악을 동반하고 다니지만 결국을 선으로 귀결된다는 이중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장」이라는 이 불운한 신의 이야기는 우리를 이내 불교 경전의 세계로 끌고 들어간다.
이 「지장」은 불교의 신인 「지장보살」에서 온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제주군(北濟州郡)에서는 「지장」이 죽어서 새가 됐다고 하지만 옛 정의(旌義)지역[남제주군(南濟州郡)의 동부]의 구전자들은 「보살」이 됐다고 전하고 있다.
지장보살은 불교에서 석가여래가 입멸(入滅)한 후 미륵불이 출현하기전까지 사이 천상에서 지옥까지 일체의 중생을 교화하는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보살이다.
「무한한 용서」라는 구원의 속성을 갖고 있는 이 신은 지상에서 죄를 지어 지옥으로 떨어지는 영혼까지 붙들어 극락으로 인도한다는 불교의 신이다.
불교의 지장보살에 대한 신앙은 쉽게 민간신앙과 융화가 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지장」의 속성때문인지 이 신화, 즉 「지장본풀이」는 죽은 자나 죽을 병을 앓고 있는 자를 위한 굿인 「시왕맞이」에서 빠짐없이 읊어진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고난에 시달리면서도 신앙심을 잃지 않는 이러한 신앙행위는 오늘날 기독교회에서 구약성서의 「욥기」를 읊으며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칭송하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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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22nd February,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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