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高大卿기자】


제주도神話 순례

神들의 故鄕 >53<

내쫓긴 여섯째 아들 장사(將師)돼 환향

금백조 <2>
겁에 질린 부모(父母) 도망치다 죽어 마을당신(堂神)

금백조와 소로소천국의 여섯번째 아들 궤네깃도를 태운 무쇠상자는 용왕국으로 내려가 산호나무 가지에 걸렸다.
평화롭고 조용했던 용왕국에 그날부터 이상하게도 이변이 생겼다.
낮에는 왠 퉁소소리가 바다속에서 들리고 밤이 되도 날이 어둡지를 않았다.
용왕이 이상히 생각하고 큰 딸을 불러 말했다.
『큰 딸아기야, 나가봐라. 웬 조화냐』
큰 딸이 나가 봤으나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변은 계속됐다.
『둘째 딸 아기가 나가 봐라』
이번에도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았다.
『셋째 딸 아기가 나가 봐라』
막내딸이 나가 봤더니 산호나무 가지에 무쇠상자가 걸려 있는 게 보였다.
『산호수 상가지에 웬 상자가 걸려 있습니다』
용왕은 이번에도 차례대로 시켰다.
『큰 딸아기가 상자를 내려봐라』
큰 딸과 둘째 딸이 내리려고 힘을 써 봤으나 꿈쩍도 안 했다.
그런데 막내딸이 상자를 드니 가뿐하게 들렸다.
상자는 옮겼는데 이번에는 여는 것이 문제였다.
큰 딸과 둘째 딸이 상자를 열려고 해 봤으나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작은 딸이 꽃당혜를 신은 발로 세 번 돌아가며 툭툭 차자 무쇠상자가 스르르 열렸다.
상자 속에는 옥같은 도령이 책을 한아름 받아 안고 붓과 벼루를 옆에 놓고 앉아 있었다.
용왕국 대왕이 말을 걸었다.
『어느 국에 사느냐』
『조선 남방국 제주도에 삽니다』
『어찌 하여 왔느냐』
『강남천자국에 국난이 났다 해서 세변을 막으려 가다가 풍파에 밀려 왔습니다』
궤네깃도가 거짓말을 했는데 용왕은 이 자가 천하의 명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위로 맞아들이기로 했다.
연회를 배푼 용왕이 딸들을 선보였는데 큰 딸·작은 딸을 선보일 때까지 아무말이 없던 궤네깃도가 셋째 딸이 나타나자 허우 덩싹 웃었다.
작은 딸 방으로 들어 간 궤네깃도는 칠첩 반상기에 융숭하게 식사를 대접해도 먹지를 않았다.
『조선국 장수님은 무슨 음식을 잡숩니까』
『우리나라는 나라는 작지만 돼지도 잡으면 통째로 먹고 소를 잡아도 통째로 먹는 법입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용왕은 『사위 하나 못 먹이랴』 싶은 생각이 들어 그대로 대접하게 했다.
궤네깃도가 시도 때도 없이 소와 돼지를 잡아 먹으니 하루에 75마리의 소·돼지가 없어졌다.
창고가 점점 비어서 아무리 풍족한 용왕국이라도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가만히 두었다가는 나라가 망할 판이었다.
궤네깃도의 왕성한 식욕을 견디다 못한 용왕은 두 내외를 내쫓아버리기로 했다.
무쇠상자를 만든 용왕은 자기의 딸도 함꼐 넣어 띄워버렸다.
『여자라 한 것은 출가외인이니 남편 따라 나가거라』
무쇠 상자는 강남천자국의 흰 모래 사장으로 떠올랐다.
그날부터 강남천자국에도 풍운조화가 일기 시작했다.
낮에는 큰 소리로 글 읽는 소리가 들리고 밤에는 불이 훤하게 밝혀 졌다.
천자가 점장이를 불러 점을 치도록 했다.
『천하 명장이 천자국을 도우러 온 듯 합니다』
마침 천자국에서는 남·북적이 강성하여 국경을 침범하려는 참이었다.
점장이의 말을 들은 천자는 사모관대를 하고 북향사배하여 상자의 문을 열었다.
상자에서 나온 궤네깃도는 무쇠 투구·갑옷에 언월도, 비수검과 나무활, 기치창검을 받고 군졸을 거느려 싸움판으로 나갔다.
첫 번째 나가서는 머리가 둘 달린 장수를 죽이고 두번째 나가서는 머리가 셋 달린 장수의 목을 베었다.
세번째 나가 머리가 넷 달린 적의 장수를 쳐부수니 다시는 대항할 장수가 없었다.
감격한 천자가 군신들을 모아놓고 포상을 하려고 했다.
『천하에 없는 장수로다. 땅 한 조각, 물 한조각을 베어드릴 테니 땅세·국세를 받아먹고 사십시오』
『아닙니다』
『그러면 천금의 상을 내리고 만호후(萬戶侯)를 봉하리다』
『그도 마외다』
『그러면 소원을 말하시오』
『소장은 본국으로 돌아가 땅 한쪽을 차지하고 살겠습니다』
관솔을 베어 전선 한 척을 짓고 산호수와 양식을 한 배 가득 싣고 군졸을 거느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경상도 칠십칠관, 전라도 오십삼관을 지나 일제주 이거제(巨濟) 삼남해(南海) 사진도(珍島) 오강화(江華) 육완도(莞島) 섬을 돌아 제주도로 들어왔다.
송당리에 있던 아버지 소천국과 어머니 벡주또가 포소리에 깜짝 놀라 하녀를 불렀다.
『어찌하여 방포 일성이 크게 나느냐?』
『세 살 난 때 죽으라고 무쇠상자에 담아 띄워버린 아드님이 아버지를 치러 들어옵니다』하고 고했다.
『그 새에 무쇠상자가 다 녹아 없어졌을 터인데, 여섯째 아들놈이 살아올 리가 있느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큰 소리를 내며 여섯째 아들 궤네깃도가 들어왔다.
아버지는 겁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르고, 알송당[하송당(下松堂)] 고부니마을로 도망가다 죽어 신이 되고, 어머니는 겁이 나서 도망치다가 웃손당[상송당(上松堂)] 당오름에 가서 죽어 당신(堂神)이 되어 매해 정월 열사흗날 제사를 받아 먹게 됐다.


◇그림=김재경(서양화가)
미니해설
「큰 난(亂) 평정」은 수호신(神)권위 상징

무쇠상자에 넣어 바다에 띄웠다는 것은 죽였다는 뜻이다.
무쇠상자란 가라 않기 마련이다.
『용왕국에 도착했다』는 것도 마찬가지 의미이다.
신화 속에서 물에 가라앉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삶으로 되살아 나는 일종의 통과의례이다.
그래서 궤네깃도가 상자에서 나올 때는 어린 소년이 아닌 성장한 남자가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뭍에서 쫓겨난 남성이 바다로 가서 여인을 만나는 것은 여인들이 바다로부터 와서 제주(濟州)의 남성들과 결혼한다는 삼성(三姓)신화와는 거꾸로 된 구조이다.
바다로부터 오는 것은 여성신들이고 뭍에서 바다로 가는 것은 남성신들이다.
「바다의 여신」과 「뭍의 남신」이 결혼한다는 구도가 정형화되고 있다.
궤네깃도는 금백조와 소로소천국을 이어 제주(濟州)의 신이 될 인물이다.
그가 강남천자국으로 가서 큰 난을 평정하는 공을 세운 다는 사실은 주민들의 수호신으로서 자리를 잡을 만한 위인이라는 권위를 가져다 준다.
궤네깃도가 강남천자국으로부터 군졸을 받아 제주땅을 차지하러 온다는 것은 다분히 중앙집권적인 사고방식이다.
중앙의 권위를 등에 업은 궤네깃도는 힘으로 제압하여 어머니·아버지의 뒤를 잇는 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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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22nd February,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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