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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부인
표선(表善)면 토산(兎山)리 「웃당」의 본향신 「보로못도」는 송당(松堂)리 금백조여신의 자손이었다.
표선(表善)리의 본향신 「저바당 한집」, 하천(下川)리의 「개로육서도」, 세화(細花)리 「도노름한집」, 토산(兎山)리의 신인 「보름웃도」는 모두 형제였다.
막내인 보로못도가 부모에게 미움을 사서 요왕황저국으로 귀양갔다가 용왕의 딸 「신중부인」을 아내로 맞았다.
용왕의 사위가 된 보로못도는 식성이 너무 왕성하여 요왕국에서도 미움을 샀다.
사위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용왕국의 창고가 모두 바닥이 날 판이었다.
용왕이 생각을 하니 사위가 밉기는 하되 쫓아낼 구실이 없었다.
그래서 하루는 신중부인을 불렀다.
『「여편이 종부(從父, 從夫)를 한다」는 말은 열 다섯 십오 세가 되기 전에는 네 조상을 지키고 열 다섯 십오 세가 넘으면 남의 조상을 위한다는 말이로다. 이제 너도 남편을 얻어 부인이 됐으니 남편의 고향으로 가서 시부모님을 위하여라』
『저는 대국에 살아 고래 방아질도 못해보고 농사도 못 짓습니다. 소국으로 가면 무엇을 하여 먹고 살겠습니까』
그도 그럴 법한 일이었다.
용왕과 용왕부인은 각각 청(靑)주머니 백(白)주머니를 허리에서 끌러 주며 말했다.
『이 주머니를 열면 왼쪽 눈에 청걸이, 오른쪽 눈에 흑걸이, 병이 들어 눈이 안 보이는 법이다. 잘 대접을 받거들랑 주머니 입구를 닫아 병을 낳게 해주면서 먹을 요량을 하여라』
또 신중부인의 언니들은 종창·부스럼·버즘·경기·경풍을 일으키는 열두가지 부스럼 주머니를 선물로 내 주었다.
용왕국을 출발한 배는 구좌(舊左)읍 하도(下道)리 별방으로 들어왔다.
때마침 송당(松堂)리의 당신인 금백조가 팽나무 아래서 콩을 불리고 있었다.
신중부인이 주머니를 열자 콩깍지가 하나 금백조의 눈에 들어갔다.
앞이 안 보이게 된 금백조는 아들이며 며느리들을 불러 눈에 콩깍지를 빼내라고 했으나 아무도 빼내지 못했다.
느긋이 배를 댄 보로못도와 신중부인이 금백조에게 가서 부채로 살살 부치니 콩깍지가 도로록 금백조의 치마위로 떨어졌다.
『누가 냈느냐』
『제가 냈습니다』
눈에 안개가 걷혀 볼 수 있게 된 금백조가 묻자 보로못도가 대답했다.
『기특하다. 그 공으로 무엇을 주랴』
『땅도 한 쪽 물도 한 쪽 주십시요』
그래서 보로못도는 토산(兎山)리에 자리잡게 됐다.
어느 해 보름웃도는 한라산으로 구경갔다가 오백장군의 딸을 만나 새 살림을 차렸다.
임신중이었던 큰부인 신중도는 보로못도를 찾아 산으로 올라갔다가 목이 말라 산돼지 발자국에 고인 물을 빨아 먹었다.
물을 빨아 먹는데 돼지털이 콧구멍으로 들어가 정신이 몽롱해 졌다.
보로못도를 찾아 간 신중부인의 몸에서는 지린내가 났다.
『부인 몸에서 웬 종경내(지린내)가 나오』
『오다가 목이 말라 산돼지 발자국에 고인 물을 빨아 먹었더니 그렇습니다』
『대부인이 부정한 짓을 했구나』
보로못도는 신중부인을 나무도 물도 없는 마라도(馬羅島)로 귀양을 보내버렸다.
작은 부인은 큰 부인이 없어진 것을 알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형님은 어데 갔습니까』
『부정이 만만(가득)하여 대정 마라(大靜 馬羅)섬으로 귀양 정배 보냈소』
『형님 귀양정배를 안 풀어주면 나도 소국(고향)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할 수 없게 된 보로못도가 말했다.
『석달 열흘 백일이 지나면 풀어주겠소』
그러나 석달 열흘 백일이 지나도 풀어줄 기색이 없자 작은 부인이 큰 부인을 찾아 마라도로 건너갔다.
『형님 죄 풀리러 왔습니다』
『내 죄를 풀리려거든 짓걸레도 일곱, 짓지성귀(기저귀)도 일곱, 조각 삼보살[보댓옷]도 일곱, 삼만관속 육방하인 사람도 일곱이 와야 된다』
큰 부인은 그 사이에 일곱아기를 낳아 기르고 있었다.
작은 부인은 모든 준비를 갖추고 다시 마라도로 갔다.
『형님은 그동안 물을 못 마셔 목이 마을테니 해각[바닷가]으로 내려가서 개보말[고동]이나 잡아먹으며 오십시요.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산길로 가겠습니다』
그때 큰 부인이 바닷가를 따라오면서 「지귀섬」「설피섬」「가파도」등의 이름을 지어 붙였다 한다.
또 위미리 떼미밭의 「고망물」「올리소」등도 모두 그 때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한편 작은 부인은 일곱아기를 데리고 산길로 오다가 삼동나무 열매를 따먹는데 정신이 팔려 한 아이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까마귀가 날아와서 혼자 남은 아이의 눈 한 쪽을 파 먹어버렸다.
토산(兎山)에 돌아와서야 아이가 하나 없는 것을 안 작은 부인은 허겁지겁 돌아가서 길가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데려와서 남편과 큰 부인 앞에서 아이를 어르고 달랬다.
이때 한쪽 눈이 없어 병신이 되었기 때문에 이 본향당신에 죄를 지으면 눈 한쪽이 병신이 된다고 한다.
큰 부인 신중도가 돌아오기는 했으나 보로못도는 부정한 여인이라고 하여 같이 살지 않았다.
그래서 큰 부인은 본향신과 다른 곳 「서당밭」에 좌정했었다.
그런데 이 마을 동짓 하르방이 미신타파운동에 따라 당나무를 잘라버려 지금은 본향당의 한쪽 구석으로 모시고 있다.
동짓하르방은 그 죄 때문에 한쪽눈을 항상 찡그리고 다녔다고 한다.
눈이 빠진 이 아이를 부모님앞에서 어르면서 달래던 일이 관습이 되어 도내 어느곳에서든 큰 굿을 할 때면 「아기나청 상마을」이라는 부분으로 재현되고 있다.

미니해설
토산(兎山)리의 수호신 「보로못도」는 구좌(舊左)읍 송당(松堂)리 금백조여신의 아들이라고도 하고 손자라고도 한다.
바다밑 용왕국으로 추방되어 용왕의 딸과 결혼한다는 줄거리는 구좌(舊左)읍 김녕(金寧)리 「궤네깃도」의 행적과 같다.
같은 내용의 신화가 서로 다른 마을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
「보로못도」라는 신의 이름은 「바람 위쪽에 앉은 신」이라는 뜻으로 「보름웃님」과 같은 의미다.
또「신중부인」, 또는「신중도」라는 명칭에서「신중」도 신(神)을 높여부르는 말로 일반명사처럼 쓰인다.
큰 부인이 돼지 발굽에 고인 물을 빨아먹어 쫓겨난다는 화소(話素)는 제주도(濟州道)신화에서 종종 나타나는 것이다.
목이 말라 물을 빨아 먹었는데 돼지털이 콧구멍 속에 들어가서
『먹은 간, 씬 간 했다』거나
『그을음내가 난다』
『종경내가 난다』는 것은 강력한 성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간음을 하여 재미를 봤다』는 상징으로 보인다.
어쨌건 큰 부인을 쫓아내는 구실로 작용하고 있다.
토산(兎山)리의 신화도 여러가지로 전해지고 있다.
용왕의 딸이 큰 부인이라는 것도 있지만 오백장군의 딸, 또는 산신령의 딸이 큰 부인이라는 사람도 있다.
이 마을의 신앙과 신화도 다른 마을처럼 변천과정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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