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高大卿기자】


제주도神話 순례

神들의 故鄕 >72<

얼굴만 봐도 무슨 병(病)인지 간파

정말 용한지 시험하려다 「저승행(行)」 일화도

월계 진좌수 <2>
진좌수는 사람의 얼굴만 봐도 무슨 병이 들었는지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를 간파했다고 한다.
한 번은 대정현(大靜縣)지역에서 한 여인이 진좌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부인은 남편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힘이 없고 살이 빠지고 시름시름 앓아 무슨 병에 걸렸는지 고민하다가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그 부인은 산중으로 먼 길을 오다가 오이장수를 만나 정을 통하고 말았다.
『그냥 돌아가』
부인을 본 진좌수는 다짜고짜 말했다.
『남편이 아파서 처방을 들어보려고 먼 길을 왔는데 이야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라니 무슨 말씀입니까』
『남편은 다 나았으니 약은 필요없소. 그런데 오다가 웬 남자를 만나지 않았어』
『예』
아무도 모를 일인데 진좌수는 벌써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제가 일부러 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 사람 죽었으니 가다가 잘 묻어주시오. 점잖치 못하게 스리…』
집으로 가다가 보니 아니나다를까 그 남자가 죽어있었다.
또 남편은 신통하게 기운을 회복해 있었다.
그 부인은 상부살(傷夫煞)이 낀 여자였다.
평소의 음기(陰氣)가 남편을 해치다가 다른 남자와 관계하니 그 살기가 옮겨 가고 남편은 건강을 회복했다는 얘기다.
지금의 성산·표선(城山·表善)지역인 정의(旌義)현에 한 효자가 살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병에 걸려 죽을 지경에 이르자 마지막으로 진좌수를 찾아왔다.
아버지를 업고 백리가 넘는 산길을 걸어왔으니 그 고초란 말로 못할 터였다.
정자에 나와 앉아 바둑을 두던 진좌수는 환자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말했다.
『하늘 아래는 약이 없으니 그냥 돌아가시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무슨 처방이라도 있어야 할 게 아닙니까』
『백년 묵은 해골 속에 용이 두 마리 죽어 썩은 물을 먹으면 나을 것이요』
워낙 황당한 처방이라 약이 없다는 말이나 매한가지였다.
실망한 효자는 다시 아버지를 업고 산길을 걸어 정의(旌義)골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아버지가 목이 말라 물을 찾았는데 산중에서는 물을 구할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찾은 끝에 땅 속의 굴에 고인 물이 있어 들여다 봤더니 지렁이들이 빠져 죽어 더러운 물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 물을 떠먹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후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병이 나았다.
후에 다시 진좌수를 만난 효자 청년은 『하늘 아래는 약이 없다던데 우리 아버지가 거뜬히 나았으니 어찌된 영문이요』하고 비꼬았다.
『산길을 가다가 땅속 굴에 고인 물을 먹이지 않았느냐』
『그건 맞소』
『그 물 속에 지렁이가 죽어있지 않았더냐』
그 말에는 이 청년이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고 말았다.
「하늘아래 약이 없다」는 말은 땅 속에 있다는 말이고, 「백년 묵은 해골」은 오래된 바위동굴, 「두 마리의 용」은 지렁이를 가리킨 것이었다는 일화다.
진좌수가 워낙 용하다는 소문이 나다보니 사람들이 미심쩍어 하고 시기하는가 하면 비꼬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또 그러다가 되려 혼쭐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날 말을 기르는 목자(牧者)들이 진좌수 얘기를 하던 끝에 정말 신통한지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진좌수는 언제나 백마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목자들이 들판에서 꼴을 베다가 먼 발치에서 백마가 오는 것을 봤다.
목자들중 한 명이 얼른 쓰러져서 죽은 척하고 나머지 목자들이 진좌수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진좌수님, 친구 하나가 꼴을 베다가 갑자기 쓰러져서 죽게 됐으니 제발 살려주십시오』
쓰러진 사람을 본 진좌수가 말했다.
『벌써 죽었으니 소용없네』
『천하의 진좌수도 별 게 없구나』
목자들이 껄껄 웃은 다음 친구를 깨웠는데 일어나질 않았다.
얼른 쓰러져 죽은 척 한다는 것이 뒷통수에 돌이 부딪쳐 실제 죽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정말로 살려달라고 애걸할 수밖에 없었다.
『이왕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고 침을 놔서 잠시 숨을 돌리게 할테니 유언이라도 들어라』
친구들이 가족을 데려오자 진좌수가 침을 놔서 정신이 돌아왔다.
그런데 그 후 침을 빼 버리자 다시 죽었다고 한다.


◇그림=김재경(서양화가)
미니해설
「대정(大靜)…」 「정의(旌義)…」는 「제주(濟州)전역에 의술」상징

여인들 중에는 유난히 음기가 세서 남편의 정기를 흡수하여 건강을 해치고 심지어 남편을 죽음에 이르기까지 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전설적으로 전해지는 인물로는 중국(中國)황제 현종의 아내였으나 타고 난 음기 때문에 조정에 파국을 초래한 양귀비, 중국(中國)의 사서·금서에 흔히 등장하는 반금련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며 우리나라에도 옹녀·어우동등 타고난 색녀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과 궁합이 맞는 남성을 만났을 때 여성으로서 정착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는 자신은 물론 남성을 패가망신시킬 뿐 아니라 심지어 국사를 위태롭게 하기도 했다고 한다.
여성의 음기가 이 지경에 이르면 성적 본능의 수준이 아니라 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진좌수의 의술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여성의 음기까지 다스렸다는 얘기일까.
이 이야기도 구전자에 따라 다소 다르게 전해지고 있는데 대정(大靜)에서 온 이 여인이 『정을 통했다』고도 하지만 『강간을 당했는데 그 남자가 희생됐다』고도 한다.
의술이 발휘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생명에의 의지와 보호자의 지극한 간병이라고 한다.
아버지를 업고 먼 산 길을 헤쳐 올 정도의 아들의 효심은 하늘을 감동시켜 아버지의 병환을 낳게 했을 것이다.
정의(旌義)에서 온 효자 청년의 이야기는 지극한 간병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대정(大靜)에서 온 여인」이라거나 「정의(旌義)에서 온 청년」이라는 말은 제주도(濟州島)전역을 가리키기 위한 것으로서 진좌수의 의술의 혜택을 당시 진좌수가 살던 명월(明月)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봤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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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on 22nd February,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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