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랑 함께 컴퓨터로 만든 그림동화책 제2편

금경이의 모험

p1: 내 이름은 금경이랍니다.
야꽁이가 내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야꽁이 아빠가 쓰시는 금색의 안경이라 '금경'이가 되었답니다.
야꽁이 아빠는 나를 아주 소중하게 다루십니다.
매일아침 맑은 물로 깨끗하게 씻은후 부드러운 천으로 정성껏 닦아주시지요.
야꽁이에게도 여러차례나 손으로 유리알을 만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아빠말을 잘 듣는 야꽁이가 그것만은 자꾸 잊었습니다.
p2: "또 유리알을 손으로 만졌구나!"
아빠가 야꽁이에게 그렇게 큰 목소리로 말씀하신것은 처음입니다.
"아빠, 미안해요."
야꽁이 목소리는 모기소리 같았습니다.
"아빠도 너무 큰소리로 말해서 미안 하구나. 하지만 이제는 잊지 말아라."
야꽁이 두 눈에는 눈물이 한방울씩 맺혔습니다.
p3: 야꽁이 아빠는 신문을 보시기 시작했습니다.
야꽁이는 한참이나 말없이 책을 보는것 같았습니다.
"아빠는 나보다 금경이가 더 좋아요?"
갑자기 야꽁이가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금경이가 누구지?"
두눈이 동그랗게 된 아빠가 되물었습니다.
"아빠의 금색 안경이 금경이지 누구겠어요."
야꽁이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습니다.
p4: 자, 이렇개 돼서 내 이름이 금경이가 되었답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예쁜 이름이 생기고도 기뻐할 틈이 없었습니다.
야꽁이 아빠의 대답이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야꽁이 아빠는 신문 보시던 것을 멈추고 한참이나 생각을 한 후 대답했습니다.
"잘 생각을 해 보아도 금경이 보다는 야꽁이를 더 사랑한 것이 틀림 없구나.
앞으로도 야꽁이를 더 사랑하게 될테고."
그 순간 야꽁이의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그 흐뭇한 표정은 나를 비웃는것 같았습니다.
p5: "누가 나를 사랑하나 사랑하지 않나 하는 것은 물어볼 일이 아니야.
옛날 부터의 일을 곰곰히 생각해서 스스로 판단해야 돼.
더구나 무슨 특별한 일이 생긴 후에 물어본다거나,
남과 비교해 보는 일들은 아주 젊잖치 못한 일이란다."
야꽁이 아빠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네, 알았어요. 아빠!"
평소 같으면 아빠가 조용한 목소리로 가르쳐 주실때는 야꽁이의 대답소리도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날만은 대답소리가 유난히 큰것을 보아도 나를 비웃는 것이 틀림이 없었습니다.
곧, 야꽁이는 귤밭으로 강중강중 뛰어나갔습니다.
p6: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여간 속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남과 비교하는 일이 젊잖치 못한 일이라고 하시면서도 더 사랑한다고 대답해 주시는 야꽁이 아빠의 태도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금경이라는 예쁜 이름이 생긴 것조차 조금도 기쁘지 않았고 눈물까지 나왔습니다.
"깨끗히 닦았는데도 왜 얼룩이 남아있지?"
야꽁이 아빠는 언제나 처럼 맑은 물로 씻은 후 부드러운 천으로 깨끗히 닦아서 안경을 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신문을 펴든채 아무일도 없었던 사람같았습니다.
내 기분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야꽁이 아빠가 미워졌습니다.
p7: 금경이는 그날 이후부터 모든일이 싫어졌습니다.
야꽁이 아빠가 금경이를 잠깐 벗어 놓을 때는 꼭꼭 숨어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야꽁이 아빠는 금경이가 없으면 운전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금경이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온 식구들이 외출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서귀포에 가서 신문을 가져올 수도 없었습니다.
농협에 가서 비료를 사 올 수도 없었습니다.
어떤날은 향단이와 방자, 그리고 삐빠의 먹이가 떨어져서 저녁이 다되어서야 겨우 아침밥을 먹은적도 있었습니다.
p8: 그러나 금경이는 장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심술을 부리는 일이 재미있기까지 했습니다.
금경이는 이 기회에 야꽁이 아빠의 생각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야꽁이에게 자기가 속상해졌던 기분을 맛보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야꽁이 아빠는 좀처럼 금경이가 심술부리는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금경이는 야꽁이 아빠가 그 이유를 알게 할 방법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p9: "옳지, 이 기회에 서울에 한번 가 보아야지.
시골에서 사는것 보다는 훨씬 재미도 있을 거야.
어쩌면 야꽁이 아빠보다 더 멋진 주인을 만날지도 몰라."
금경이는 컴퓨터 뒤에 꼭꼭 숨어서 서울로 가는 방법만을 궁리했습니다.
온 식구들이 금경이를 찾는 소리가 들렸습니다만 며칠이고 꼼짝하지 않고 설문대 할망에게도 빌고 가믄장아기에게도 소원을 말했습니다.
p10: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어느날 눈을 떠보니 서울이었습니다.
크고 높은 빌딩과 번쩍번쩍 빛나는 차들, 그리고 화려한 옷차림의 많은 사람들...
금경이는 신이 났습니다.
제일먼저 큰 백화점에 가 보았습니다.
어디를 둘러 보아도 모든것이 금경이의 유리알 보다도 더 반짝거렸습니다.
금경이는 은빛 머리핀을 사서 머리에 꽂았습니다.
분홍빛 립스틱을 사서 입술도 예쁘게 그렸습니다.
빨간 구두도 샀습니다.
너무너무 예쁜 구두였습니다.
야꽁이의 분홍색 구두보다도 더 예뻤습니다.
금경이는 빨간 구두를 보자 야꽁이에게 보여주고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으시대고도 싶었습니다.
p11: 그러나 곧 많은 사람들에 밀려 야꽁이 생각도 잊었습니다.
빨간 구두도 신고 사람들 속에 파묻혀 거리를 걸었습니다.
명동거리도 걷고 덕수궁 돌담길도 걸었습니다.
지하철도 타보고 한강의 유람선도 타 보았습니다.
남산타워에 올라가 서울야경도 구경했습니다.
"내가 잘 생각했어.
나는 시골 생활에 어울리지 않아.
그동안 괜한 고생만 했지 뭐야.
나는 서울에서 살거야."
금경이는 한껏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더욱 신이 나서 폼을 내고 거리를 멋지게 걸었습니다.
p12: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멋을 내고 거리를 걷는동안 어느 누구도 금경이를 눈여겨 보지 않았습니다.
거리의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틀림없이 아주 멋졌습니다.
하지만 눈길 한번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일부러 사람들의 앞을 가로막고 서 보았습니다.
그러나 비켜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하던 일을 계속하고 서둘러 비켜서며 제 갈길만을 갔습니다.
특별히 급한일도 없어 보이는데도 모두가 발걸음이 빨랐습니다.
p13: 금경이는 갑자기 피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버스를 탔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급한지 미쳐 타기도 전에 출발하는 바람에 떨어질뻔 했습니다.
그런데도 오히려 빨리타지 않았다고 투덜댔습니다.
택시를 탔습니다.
시간이 충분하다고 말했는데도 끼어들기에 열중하느라 들은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다시 거리를 걸었습니다.
이제는 걷기도 힘들만큼 피곤했습니다.
예쁜 빨간구두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였고 많은 사람들에 부딪히고 밟혀서 흉하게 되었습니다.
심한 매연에 목도 아팠습니다.
p14: "이럴게 아니야.
새 주인을 먼져 만나는게 순서겠어."
금경이는 기운을 내어 몸치장도 다시하고 빨간 구두도 말끔히 닦았습니다.
그리고는 제일 큰 안경점의 진열장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고향의 모든 안경을 모아 놓은 것만큼 많은 안경들이 있었습니다.
금경이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 않았습니다.
다른 안경들도 거리의 많은 사람들처럼 눈길한번 주지않고 저마다 몸치장에만 바빴습니다.
p15: 서울에는 안경을 사러온 사람들도 참 많았습니다.
금경이는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곧 새 주인을 만났습니다.
"저 안경이 제일 맘에 들어요."
야꽁이 처럼 초등학교 1학년인 감천이라는 사내아이였습니다.
안경을 이미 쓴채로 새 안경을 사는 것이 조금 찜찜했지만 곧 금경이를 쓴채 감천이가 집으로 돌아가자 마음이 놓였습니다.
금경이는 새주인과 서울에서 살게된 기쁨에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p16: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아침이 되어 감천이는 세수를 하면서도 맑은 물에 씻어주지를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들이 유리알을 만져도 수건으로 쓱 한번 닦고는 다시 썼습니다.
밤에 잠을 잘때도 아무곳에나 함부러 벗어둔채 였습니다.
한번은 감천이에게 밟혀서 다리가 부러지는줄 알았습니다.
금경이는 때가 끼고 다리도 휘어져 너무나 속이 상했습니다.
p17: 어느날 감천이는 안경점에 다시 갔습니다.
금경이는 감천이가 야꽁이 아빠처럼 모래찜질도 해주고 자기의 휜 다리를 고쳐주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감천이는 새 안경을 샀습니다.
그리고는 나를 사러왔을때 쓰고왔던 안경을 그랬던 것처럼 나를 안경점에 버려둔채 돌아갔습니다.
안경점 주인은 나를 커다란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캄캄한 쓰레기통에 떨어진 나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p18: 이상한일이 벌어졌습니다.
금경이가 정신을 차려보니 야꽁이네 집이었습니다.
온 식구들이 나를 쳐다보며 반가워 하였습니다.
야꽁이 아빠는 아직도 금경이를 사러 오실때 끼었던 다리가 부러진 안경을 쓰고 계셨습니다.
그때 부러진 다리를 땜질한채로 였습니다.
야꽁이 아빠는 그 안경을 예쁜 안경집 속에 넣어서 설합속에 넣고 금경이를 다시 꼈습니다.
금경이는 야꽁이 집으로 돌아온것을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p19: 따뜻한 봄이 되었습니다.
귤나무에는 새순이 소록소록 돋았습니다.
진달래꽃도 피고 개나리꽃도 피었습니다.
언덕위의 감나무도 새 잎이 나왔습니다.
소나무도 하얀 새순이 한뼘이나 자랐습니다.
솔술도 담그고 감잎차도 만들었습니다.
어미닭은 샛노란 병아리를 몰고 다니고 아기 꿩들도 돌담 사이로 소풍을 나왔습니다.
멀리 한라산에는 철쭉꽃도 피어 팔간 치마를 두른것 처럼 보였습니다.
p20: 야꽁이 아빠의 과수원일도 바빠졌습니다.
금경이도 날마다 쉴틈이 없었습니다.
귤나무 전정을 할때면 가지에 찔려 하루도 상처가 아물날이 없었습니다.
거름을 하는날은 종일 코를 벌름거렸습니다.
농약을 뿌리는 날도 많아서 봄이 다 지나도록 두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였습니다.
그러나 금경이는 게으름도 피우지 않고 장난도 치지않았습니다.
귤나무 가지에 매달려 쉬지도 않았습니다.
농약을 칠때도 야꽁이 아빠의 두눈을 가리는 장난도 치지 않았습니다.
힘든일이 훨씬 빨리 끝이 났습니다.
p21: 야꽁이 아빠는 금경이를 데리고 안경점에 갔습니다.
모래목욕도 시켜주고 휘어진 다리도 곧게 펴 주었습니다.
부드러운 천도 새로 가져왔습니다.
야꽁이 아빠가 전에 약속하셨던 새 친구도 데려왔습니다.
은색에 연기색 유리알을 가진 선그라스입니다.
하지만 금경이를 안경점에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예쁜 안경집에서 쉬게해 주셨습니다.
집에서는 금경이를 끼셨습니다.
햇볕이 뜨거운 날은 은색 안경을 끼고 운전을 하셨습니다.
야꽁이는 은색안경을 '은경'이라고 이름지어 주었습니다.
금경이와 은경이는 오래도록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끝-

여러분, 기다린 보람이 있어요?
곧 멋진 그림책으로 완성하여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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