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의 유래
제주도와 제주마
- 제주도는 예로부터 ‘말의 고장’으로 이름나 있다.
흔히 우리가 부르고 있는 조랑말은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지금도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적 동물이다.
따라서 조랑말의 유래와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제주 역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말에 얽힌 이야기들이 역사의 전편에 등장한다.
오늘날 제주는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인해 천혜의 관광지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명성을 얻게 된것은 사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며, 지금부터 불과 20~30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7~8백년간 제주는 천혜의 목장이라는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그것은 제주가 그 어느 곳보다도 목축에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섬이었기 때문이다.
즉 과거 전투와 수송과 교통에 필수적이었던 말들이 대규모로 사육되고 있었으며, 왕과 신하들이 탐내는 명마들의 생산지였던 것이다.
그런데 제주마들을 보면 이 섬의 슬픈 역사와 함께 제주민의 애환이 되살아 난다고 한다.
국내 최대의 마필생산자로서 제주는 오랜 세월 조정에 말을 바쳐야 했고, 제주도민은 말 사육에 크고 작은 고통을 겪기도 했는데, 고려말 공민왕이 최영 등에게 병선 314척과 정예군사 25,605명을 이끌게 하여 목호(牧胡)들의 횡포와 반란을 진압, 마침내 제주를 원(元)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했던 토벌도 사실은 말을 둘러싼 전쟁이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도 제주의 행정은 곧 마정(馬政)이라고 할 만큼 조정의 관심은 제주마에 쏠려 있었던게 역사적 사실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속에서 맥을 이어온 제주마는 군용은 물론사역과 운반, 통신과 농경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신화와 전설, 민요와 민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제주마 유래설(由來說)
- 역사적 기록을 보면 제주도는 삼국시대 또는 그 이전부터 말이 생산되어 왔고 고려시대에도 많은 말이 생산되어 매년 세공으로 고려 조정에 바쳐지기도 했다.
그리고 고려시대이전에 생산된 말의 품종이 오늘날과 같은 조랑말인지 아니면 체고가 더 큰 말이었느지는 정리된 자료가 없으나 고려시대에 이미 향마(鄕馬), 과하마(果下馬) 등으로 불리어진 기록이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준마들이 생산되었다는 문헌도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는 특히 이성계의 팔준마(八駿馬) 중 위화도 회군시 탔던 말을 응상백(凝霜白)이라고 하는데 이 말이 제주산이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제주마는 단지 조랑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지며, 여러가지 품종중 재래마종으로서 조랑말의 명성이 더 높았다고 판단된다.
제주에서의 말은 탐라국의 개국신화에서부터 유래된다.
이 개국신화는 제주 삼성(高, 梁, 夫氏)의 기원을 이루는 삼성신화를 의미하며, 제주 농경생활의 기초부터 제주마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신화의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 태초에 제주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으나 어느날 三神人(高, 梁, 夫氏)이 홀연히 땅(삼성혈)에서 용출하여 인간사회가 비롯되었는데, 어느날 동해바다로부터 떠내려온 함을 열어보니 용모와 자태가 수려한 처녀 세사람과 망아지와 송아지 그리고 오곡의 종자가 있었다고 한다.
이는 동해에 있는 벽랑국의 왕이 보낸 것이었다.
이로부터 삼신인은 배필을 얻고, 활을 쏘아 각각의 경계를 1도, 2도, 3도로 나눠 산업을 이루고 오곡의 씨앗을 땅에 뿌려 망아지와 송아지를 키우니 살림은 날로 이루어지고 차츰 인간사회도 꾸며졌다고 하는데, 그들이 나눈 경계는 오늘까지 제주시 각 동을 구분짓고 있는 단위가 되고 있다.
제주마는 이러한 전설속에서 선사시대부터 이 땅에 등장하는데, 그러나 이것은 정확히 어느 시대부터 사육되었는지 역사적 자료에 의해 검증된 것이 아니라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기록에 근거한 제주의 축마(畜馬) 기원을 흔히 고려 충렬왕 3년(1277)에 원(元)이 제주에 목장을 설치하면서 부터라고 말하여지고 있지만, 그러나 몽고가 들어오기 훨씬 전인 고종(高宗)45년(1258)에 탐라에서 말을 바친 기록이 있고 <당서>권200에는 백제 무왕22년(621)에는 백제왕이 당 高祖에게 과하마를 바쳤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과하마가 탐라에서 백제에 바친 준마라고 하였다.
이런 기록 말고도 곽지패총에서 수습된 말의 이빨과 뼈, 그리고 <당회요> 탐라국조에 기록되어 있는 당시 탐라국의 무기중 기마전용 삭(길이 1장6척)이 있는 점들로 미루어 볼 때, 조랑말이 선사시대부터 길러져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주마는 과연 어디서 어떻게 들어와 길러졌는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그리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첫째, 야생마설이다.
이는 일본 지리학자 高野史南박사가 3년에 걸친 제주연구 결과를 일본서 발행한 <제주도> 제2집(1989)에 기고한 논문<耽羅古代地理考>에서 밝힌 견해이다.
즉 “제주도는 약 1만8천년전을 중심으로 한 수천년간은 한반도와 제주도가 육속(陸續)시대였고 그후 해수면 상승으로 서로 떨어져 섬이 된 것인데, 육속시대에 들어와 산 종족이 州胡人이다. 이들은 신체가 短小한 목축민으로 머리를 짧게 깎고 의복도 가죽제였다는 특징을 볼 때 북에서 남하해온 동북아의 유목민(몽골로이드·퉁구스계)이었다는 유츄가 가능하다.
이 섬에 고대부터 있어온 소형재래마는 백제, 신라, 고려나 몽골의 제주도 지배 시기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훨씬더 이른 시기인 州胡人시대, 혹은 그 이전부터 野生馬로서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본열도의 재래종인 木會馬(馬野縣)·對州馬(대마도)·岬馬(宮崎縣)·도까라우마(南西諸島) 등지에 소형마와 유사한 야생기원, 즉 주호인과 마찬가지로 대륙과의 육속시대에 도래해 온것으로 생각된다.
어떻든 제주도 선주민의 언어나 풍습 등 여러가지를 육시대의 고지리적 조건을 도외시하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둘째, 북상론이다.
이는 강민수교수(제주대)가 1988년에 발표한 <제주조랑말의 어제와 오늘>이란 논문에서, 일본학자 市川健夫의 <재래마의 분포 및 전파경로>라는 글을 소개한 것에서 비롯된다. 거기에는 대륙과 한반도, 일본열도와 유구열도의 지도까지 그려 전파경로를 도식하였는데, 중형재래마는 북방에서 남하하여 한반도를 거치나 제주도는 피하고 일본열도로 들어가서 북상, 북해도에 이르러 토산마가 됐다.
그리고 소형재래마는 유그열도의 최남단인 與邦國島에 서 요나구니마가 되고 이어 宮古馬(미얏고마), 점점의 섬들을 북상하여 도까라마 미사까마(御崎馬·宮崎縣)에 전파경로를 화살표시해 놓았고 제주도와 대마도에는 鹿兒島현 남쪽 도까라열도에 있는 도까라마가 북상하여 각각 전파돤 것으로 표시해 놓았다.
셋째, 남하설이다.
이것은 김인호씨의 의견으로 야생마설과 북상론을 비판하면서 제기한 주장이다. 즉 “야생마설의 대륙시대 설은 차지하고, 북상론은 현재의 상황, 즉 유구열도에 소형마가 실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 추론이라는 것이다.
또 여러 섬에 산재해 있는 이유와 배경등을 고대에서부터 역사적으로 실증해낸 결론이 아니라는 점과 신석기시대 이래 빗살무늬토기나 북방의 샤머니즘, 기타 燕의 明刀錢등 북방에서 한반도를 거쳐 유구열도까지 전파된 역사적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
또한 기원전에 만주 서남방에 살았던 濊·貊족의 과하마, 만주의 중앙부에 있었던 夫餘, 남방의 고구려에 각각 三尺馬가 산출됐다는 점과 한반도로 들어온 예맥족(동예)도 역시 과하마를 생산 수출했다는 고대의 역사적 사실을 북상론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2천년 이상의 역사적 사실을 도외시한 북상론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오히려 그 반대였다는 것이 그의 남하설인 것이다.
아울러 그는 사마천의<史記>에 기록된 북방유목민의 풍습과 제주도를 비교, 그 유사성을 밝히고 있으며, 특히 언어학적 면에서의 다양한 비교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이와 같은 연구는 서로 다른 시각에서 그들의 연구 견해를 밝힌 것이지만, 어쩌면 제주마의 전통은 위의 세 가지 측면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일 수도 있겠다.
제주마 체고(體高)의 변화
- 과거에 과하마 또는 삼척마라고 불렸던 말들이 제주마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여러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과하마 또는 삼척마 자체를 제주마라고 단정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과거 제주에서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품종의 마필들이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중에서도 그나마 제주마의 명맥을 유지한 품종이 오늘날 우리가 일컫는 조랑말이며, 조랑말의 형태적 특징이 과하마나 삼척마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데에서 그러한 주장이 제기되어 온 것이리라.
그러나 이 과하마의 체고가 어느 정도였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다면 역사적 기록에 근거하여 볼 때, 과하마(삼척마)와 제주마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같았으며, 다른 특징은 무엇인지를 규명해 볼 필요가 있는데 이는 제주마의 원형을 축적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료의 역사적 객관성의 문제와 말(馬)이 갖는 유기체적 형질의 특수성으로 인해서 자료에 나타난 것이 제주마(조랑말)의 원형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복합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다만 과거 기록에 남겨진 표준형과 최근의 연구 결과를 비교함으로써, 그 비교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며, 어떠한 변화과정을 겪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은 경주마로서의 제주마 연구에 필요한 기초적인 작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삼척마의 체고를 밝히는 기록은 단편적으로 여러 사료(史料)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세종실록]권5, 세종32년(1450) 1월14일자에 궁마색(宮馬色)이 아뢰기를 “지금 중국과 말무역을 함에 있어서 정미년(1427)의 예를 따라 중마(中馬) 상등은 키가 4척7분, 중등은 4척, 하등은 3척9촌3분이고, 소마(小馬) 상등은, 3척8촌6분, 중등은 3척7촌9분이고, 하등은 3척7촌2분으로 정식을 삼으소서”하니 그대로 따랐다고 하였는데, 이 자료는 삼척마의 체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 수치들을 미터로 환산하면 세종때에 국가에서 정식으로 사용되었던 척도인 周尺으로 알수 있는데, 즉 1척이 약20cm이므로 중마 상등이 94cm, 중마 하등이 78.6cm, 소마하등은 74.4cm 에 불과해 모두 1m 이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에는 이와 같은 소형마들뿐만 아니라 중형마(中型馬)인 달달마종(達達馬種)이 있었다.
이것을 토종마 또는 토마(土馬), 종마(種馬)라는 호칭으로 별마(別馬)라고 칭했는데, 이 별마는 tartar마종인 몽고계의 중형마가 제주도에 방목된 것은 본시 적었다(세종12년 9월1일자)고 했고, 이 중형마들의 체고는 ‘6척 이하 5척8촌 이상’(세종12년 8월24일자)으로 하고 있다.
이 중형마들의 체고를 다시 미터로 환산하면 116cm에서 120cm에 달하는 것들로 삼척마 또는 과하마와는 별종마들어었던 것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인 1985년 제주도와 제주농대의 조사 결과에서는 과거의 기록과 비교하여 볼 때 다소 흥미있는 사실이 발견되는데, 당시 조사 대상이 되었던 제주마의 평균적 체고 특징이 과하마나 삼척마보다는 중형마의 특성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마는 전형적인 소형 재래마로서 평균체고가 115.2cm, 자마의 경우 117.0cm이며 1965년에 약2만두였던 것이 1984년에는 약 1,600두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제주마의 체고별 두수분포를 보면 체고 110cm 이하가 전체의 4.3%에 불과해 극소수이고 111cm에서 120cm까지가 전체의 77.7%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121cm이상이 되는 것도 18%나 되므로 세종때의 중마 상등인 94cm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제주마의 부위별 측정치와 평균을 보면 수말보다 암말이 전반적으로 크게 나타났는데, 체고는 최저 100cm에서 최고 124cm, 평균117cm이다.
척고는 최저 99cm에서 최고 121.5cm로 평균 112.3cm로 조사됐다.
웅마인 경우 체고가 최저 106.5cm에서 최고 123.5cm로 평균 115.2cm이며 척고는 최저 102.8cm에서 최고 119.7cm로, 평균 109.9cm이고 자웅마 대비에서는 체고가 웅마보다는 자마가 1.8cm, 척고에서는 2.4cm가 각각 더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조사 결과는 전통적인 제주마의 전반적인 형태적 특징을 짐작케 하는 자료가 되고 있다.
모색(毛色)과 성질
- 제주마는 소형종인 포니로서 압축된 신체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머리는 체구에 비해 크고 이마에서 콧등으로 이어지는 선이 거의 직선이며, 눈은 머리에 비해 둥글고 크며 총명하게 생겼다.
목은 체구에 비해 굵고 충실하며, 어깨는 부드러운 경사를 이루고 있고, 가슴은 타품종 말에 비해 깊고 크다.
등은 폭이 넓고 곧은 편이며 엉덩이 부위는 적당한 경사를 이루고 있고 네 다리는 강건하며, 특히 발굽은 돌이 많은 제주의 억센 들판에서 사계절 제철을 하지 않아도 종횡부진 누빌 수 있도록 튼튼하게 발달되어 있다.
발굽과 아울러 탄탄한 관절은 거친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였으며, 과거 목장지대였던 한라산 중허리는 이들이 뛰노는 활력으로 굽소리가 사방을 진동하였다고 전해진다.
또한 제주마는 대체로 성질이 지극히 온순하여 사람을 잘 따르고 명령에 순종하면서도 질병과 해충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왕성하다는 특성도 지니고 있다.
과거 조선시대의 기록을 보면 제주마의 다양한 용도에 따라 말을 키우고 번식시키는 일도 중요했지만, 말의 품등을 나누는 일도 쉽지가 않았다.
일차적으로는 체고에 따라 세 가지(대·중·소)로 구분하였지만 형태와 나이에 따라 다시 나뉘게 되는 데, 체고만큼이나 중요한 품등의 척도가 바로 말의 털빛깔이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말의 털빛깔에 따른 품등은 20~30여종으로 구분되는데, 다음과 같다.
- 赤色馬(적색마)
- 加羅馬(흑색마)
- 仇郞馬(票色馬)
- 古(高) 羅馬(土黃色馬)
- 公骨馬(황색마)
- (炯)雪阿馬(담백색마)
- 松骨馬(백색마)
- 鳥유馬(제비색마)
- 小台星馬, 玉頂馬(이마가 흰 말)
- 夫老馬(沙色馬, 붉고 흰 털이 섞인 말)
- 羞者馬, 玉鼻馬(이마와 빰이 흰 말)
- 加星溫馬, 黑총尾淡馬(갈기가 검은 흰 말)
- 者佛馬, 白瞼(빰에 흰색이 있는 말)
- 月羅馬, 花馬(어깨, 팔꿈치가 흰 말)
- 추馬, 灰色馬(잿빛말)
- 총馬(청백색이 섞인 말)
- 유馬(붉은 바탕에 흑갈기 꼬리를 가진 말)
- 巨割馬, 粉背馬(주둥이가 흰 말)
- 表馬, 銀종馬(갈기가 은색인 말)
- 西明馬(네 발이 흰 말)
- 玉鼻尖馬(코 끝이 흰 말)
- 鐵靑총馬(청백색에 이마와 빰이 흰 말)
말의 털빛깔에 따른 품등은 위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구분했는데, 특히 털빛깔이 흑오명색(黑五明色)·철청색(鐵靑色)·결백색(潔白色)을 띤 웅마는 최상등으로 여겨 종마로 보호하기에 힘썼다.
한편 명종 9년(1554) 어숙권(魚叔權)이 지은 [考事撮票]에서는 털빛깔에 따른 말의 품등을 28종으로, 그리고 숙종대에 제주목사였던 이형상의 [南宮博物]에서는 간략하게 10종으로 각각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앞서 소개된 명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형 재래마로서의 제주마
- 그렇다면 제주마는 재래마로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보호하기에 힘쓰게 되었는가.
그것은 제주마가 오랜 세월 우리의 기후 풍토에 순치되어 오면서 혈통을 이어온 재래마라는 점도 있겠지만, 제주도민과 더불어 농경생활의 반려로서 개척자의 역할을 같이해 온 역사적 동물이며 가축으로서의 친밀한 관계의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제주마 또는 조랑말을 우리나라 고유의 재래품종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볼 때, 사육되고 있는 말은 6천만마리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말은 또 261종으로 분류되는데 나라별로는 구 소련이 원산지로 되어 있는 품종이 45종으로 가장 많고, 미국과 독일, 프랑스가 각각 18종이며, 동북아 지역에서는 중국이 15종, 일본이 8종인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마가 유일한 재래마 품종으로 국내외에 알려져 있다.
제주마는 조랑말이라는 별칭외에도 향마(鄕馬)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몽골 등에서 도입된 호마(胡馬)와 구별되는 국산마 또는 재래마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마는 외국산마와 비교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가.
제주대 강민수 교수가 지난 90년에 펴낸 ‘제주마의 체위에 있어 각 부위간 상관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말의 체고는 160cm에서 169cm인 것이 52개 품종(전체의 30.6%)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150cm 에서159cm가 47개 품종(27.1%)이며, 140cm에서 149cm가 24개 품종(14.1%), 130cm에서 139cm는 22개 품종(12.9%)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제주마는 소형마로서 체고 111~120cm의 범주에 속하며, 이같은 체고는 세계 261개 품종중에서도 극히 작은 품종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특히 제주마와 동남아 재래마의 체고를 비교해 보면, 중국의 新麗江馬(115.4cm), 西南山地馬(115.5cm), 일본의 興邦國馬(116.3cm), 토가라馬(120.3cm), 필리핀 재래마(119.6cm), 태국 재래마(114.5cm)등의 범주에 포함된다.
제주마보다 작은 말로는 중국의 廣西矮馬(100cm)가 있고, 그리스의 스카이로스(Skyros)가 93cm이며, 스코틀랜드의 쉐이트랜드(Shetland)가 95cm인데, 이들 소형마와는 달리 제주마는 소형마로서 조식(粗食)에 강하고 능력이 체력에 비해 매우 우수하여 105kg(28관)을 부담하는데, 대개 1일 32km씩 22일간 연일 행군하더라도 잘 견디며, 특히 다른 품종에 비해 굽이 치밀하고 견고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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