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그녀를 만난 건 정말 우연이였습니다.
91년도 며칠 남지 않은 겨울, 그러니까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로 휴학을 하고 다시 2학기 복학을 준비하던 겨울이였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송별회 비슷한 모임으로 종로의 뒤편 주점가에서 한창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일이였습니다.
경호라는, 고등학교 3학년때 동네에 있는 독서실에서 만난 친구 녀석과 그 녀석이 무던히도 고민을 했던 대학교 1학년때 단체 미팅에서 만난 숙희라는 여자친구, 그리고 다른 녀석들과 함께 91년의 마지막 끝자리를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얼굴이 벌개서 다사다난이 어쩌구 저쩌구, 학점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스스로 나름대로의 한해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숙희가 경호에게 '야 장수에게 아르바이트 소개해줘라' 라는 목소리가 술잔을 들고 있었던 저의 귓전을 때리던 군요.
그 당시 아르바이트를 물색하고 있었던 저는 술이 확~~ 깨는 복음(?)같은 소리였지요.
'너 할 수 있냐?' 라는 경호의 질문에 '야!!! 지금 내가 찬밥 더운 밥 가리게 생겼냐? 장학금도 못 받았는데 책값이라도 벌어야지. 근데 아르바이트가 뭐냐?'
'응,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경호는 그 당시 군대 입대로 휴학을 하고 있었으며 쉬고 있는 동안 한 의류회사 창고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갑자기 군대를 가는 바람에 2명이 비었거든. 너하구 진수하고 둘이 할 수 있겠냐?'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 눈치 안봐도 된다. 히히'
94년 1월 4일.
첫 출근이였습니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창고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문제의 1월 7일의 아침이 밝아 왔습니다.
우리들이 일하고 있는 팀에 새로운 여자들이 온다고 했습니다.
한 사람은 본사에서 파견되어 오고 또 한 사람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고...
아침 9시가 조금 지나자 여자 둘이 나타났습니다.
제 눈에는 굉장히 아름다워 보이는 아가씨들이었습니다.
글쎄요, 첫눈에 맛이 갔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째든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하던군요.
일의 성격상 모두 여섯 명이서 조그마한 방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웃고 떠들며 일을 하고 있었으며 그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충격의 사건!!!.
그녀에 대해 조금씩 사랑이라는 감정을 키워나가고 있을 무렵의 토요일이였습니다.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술자리 회동(?)이 있었습니다.
토요일은 1시쯤 일이 끝나게 되어 있어 친구들과 같이 터덜 터덜 건물을 빠져 나오고 있을 무렵 이였습니다.
건물 앞에는 왠 바바리 코트의 회사원 차림의 한 남자가 서 있었으며 그 옆으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런~~~일이~~~'
그날 저녁의 회동은 아주 우울한 모임으로 기억이 되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월요일을 맞이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왜 그리도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 지는 지 이상하리 만큼 그녀의 모습은 지금까지 모두 장점으로 보이던 모습이 다 단점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렇게 여자가 말이 많구 또 화장이 그렇게 진하냐?'
밥 먹고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커피 한잔과 담배를 피워 물며 그녀에 대해 말을 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런 시간도 잠깐 아르바이트의 일정도 다 끝이나고 있었으며 이제 이틀 정도 밖에는 남지 않은 시간이 돌아 왔습니다.
그 사이에는 경호가 군대를 갔으며 - 이 사건도 굉장히 재미있었던 사건 이지요. 다음에 시간이 되면 여러분들에게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저도 2학기 복학 준비로 많이 바쁜 시간 이였습니다.
일이 끝나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 오자 갑자기 그녀가 저에게 전화 번호를 묻더군요.
생각지도 않았던 질문이였지요.
그래서 '왜 전화 번호를?' 하고 다시 물었지요.
그러자 그녀는 '진수씨가 다음에 같이 만나제요. 그래서 장수씨도 같이 만나자구요.'
알고 보니 진수 - 전에 말씀 드렸던 - 녀석이 먼저 전화 번호를 물어 보기에 괜히 진수 녀석에게만 말해 주기 뭐해서 제 전화 번호도 물은 것이 였습니다.
'그럼 그렇지. 나 한테 관심이 있을라구.....'
아르바이트도 끝나고 한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난 어느날 이였습니다.
낯선 여자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바로 그녀 였습니다.
'오늘 진수씨랑 현경씨랑 다 만나기로 했는데 장수씨도 같이 만나요?'
저는 그러마 했고 그날 모임이 있었던 건대쪽으로 발걸음을 향했지요.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즐겁게 하루를 보냈지만 가슴 한 구석에는 알수 없는 공허감 같은 것이 느껴 졌었고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심도 잠시의 생각이였을 뿐 저도 모르게 저의 손은 그녀의 집으로 전화를 걸고 있었으며 그런 시간이 거의 매일 매일로 이어졌습니다.
그런 가운데 그녀가 사귀고 있는 남자와의 갈등을 알게 되었고 힘들어 하는 그녀의 처지를 이해 하면서도 왠지 속으로는 쾌재를 외치는 저의 이중적인 감정으로 그녀에게 조금은 미안스러운 느낌이 들더군요.
그녀와 단둘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항상 4명(진수와 현경씨)이 만나왔지만 그날은 제 운명을 바꾼 날이였습니다.
언제나 그래 왔었지만 술을 마시러 갔고 그곳에서 혼자 얼큰하게 취해 드디어 그녀에게 제 마음을 털어 놓게 되었습니다.
술이란 정말 좋은 녀석입니다.
용기가 없어 항상 고민하던 저를 강한 남자로 만들어 줬으며 그녀의 따스한 손을 잡아 볼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날 이후로 그녀와 저는 많이 가까워 졌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녀는 그녀가 사귀어 왔던 그 남자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으며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그녀 때문에 저 또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계속 그녀를 만나야 하나' 하는 고민 속에 다시 그녀를 만나기로 했지요.
제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그 술집에서 또다시 취한 상태에서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직까지도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느냐?'
그녀는 다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임을 느꼈습니다.
그녀에게 제가 차고 있던 시계를 풀러 주었습니다 .
지금와서 생각해도 왜 시계를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당시 취한 상태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것 중에 그래도 좋은 것을 주어야 한다라고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한참이 지난 어느날 이였습니다.
친구와 만나기로 하고 막 나가려던 참 이였습니다.
전화 벨이 울리고 저를 찾는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그녀 였습니다. 다시 시계를 돌려주고 싶다는 ...
필요 없다고 했지만 그녀는 다시 돌려 주고 싶다고 하더군요.
약속 장소로 나가면서도 왠지 그런 느낌이였습니다.
어차피 끝난 만남이데 이렇게 만나서 뭐하나.
카페에서 만나 그냥 형식적인 안부를 묻고 냉정하게 대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내심 놀라는 모습이였습니다.
이상하리 만큼 그 사건 이후로 그녀와 저는 가까워 졌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벌써 5년도 더된 일 입니다.
지금 이렇게 그때의 일을 회상해 보며 글을 쓰고 있으려니 그 당시의 아련했던 추억들이 생각나는 군요.
이제는 결혼을 했고 제 책상 옆에는 그녀의 화장품들이 놓여 있는 화장대가 있고 저 혼자 눕기도 좁았던 싱글 침대가 어느새 넓은 더블 침대로 바뀌었고 제 옷장속에는 그녀의 옷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녀와의 사랑을 다시 이어지게 해준 시계는 이제 책상 서랍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았고 그 시계 대신 그녀는 저에게 번쩍 거리는 시계를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잠시나마 이런 소중한 추억을 이끌게 해주신 제주의 이영상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나의 반려자가 된 그녀, 지영이를 사랑하면서
1997년 6월 10일
서울에서...................................................................................
참!!!
기뻐해 주세요.
드디어 ~~~~저랑 지영이의 2세가 태어 났답니다.
예쁘고 씩씩한(?) 공주님이구요.
원판(?)은 저를 그리고 세세한(?) 부분은 지영이를 닮았습니다.
지영이의 보조개까지 꼭 닮았답니다. :) (아, 글쎄 지영이가 보조개 있다는 것을 얼마전에 알았다니까요? .무심도 하쥐~~~)
지영이가 약해서 걱정아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3.3킬로그램으로 제법 건강하답니다.
【98년4월13일 김장수부부의 공주탄생소식중에서】
아름다운 제주자랑 좀 하랬더니 맨 신부자랑 뿐이로구만~~~
하지만 아름다운 제주라도 아름다운 신부보단 못허고
아름다운 신부도 귀여운 공주 앞에선 빛을 잃어......
예쁜 공주의 탄생을 축하드리며
가내 사랑과 평화가 항상 넘쳐나기를 기원합니다!
| 
